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검출 달걀, 발암 물질 생리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화학 물질에 대한 통합 위해성 평가를 논의하는 입법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살충제 달걀, 발암물질 생리대 사전 예방은 불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입법공청회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인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제품에 대한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위해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나 최근 '살충제 달걀' 사태, 유해 생리대 문제, '햄버거병' 논란 등에서 보듯 과연 내 생활이 안전한가, 우리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는가 하는 기본적인 불안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며 "정부가 책임 지고 국민들 요구에 즉각 응답해 문제를 통합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 의원은 '인체적용제품 등의 위해성평가에 관한 법률안' 발의를 예고했다. 현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별로 나뉘어진 화학물질 관리와 위해성 평가를 통합하고 국무총리 소속 '위해성평가정책위원회'를 신설해 위해성 평가의 컨트롤 타워를 세운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김 의원은 "현재 식품, 의약품, 위생용품, 공산품 등이 각 부처별 소관 법률에 따라 제품별로 개별적으로 평가·관리되고 있어 특정 물질이 다양한 노출 경로를 통해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인체 적용제품 및 그 성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 위해성 평가 및 관리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안 발의 전 실시된 '공청회'였던 만큼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김 의원이 제시한 법안 내용과 관련해 조언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권호장 단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해성 관리의 사각 지대를 없앤다는 법안 취지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품 사용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위해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 피해자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 그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법안 명칭에 '인체 적용 제품'이란 용어를 쓰고 있는데, '인체 접촉 제품'이나 '인체 영향 제품' 등 이 법의 적용 대상을 보다 잘 포괄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위해성 평가 정책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과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훈정 한국독성학회 회장은 "김 의원이 예고한 법안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위해성 평가 등 전문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부분"이라며 "형식상의 위원회가 아니라 확실하고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진 위원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무혁 대구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도 "종래의 딱딱하고 경직된 위원회가 아니라 관련 부처 간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는 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두 시간여 진행된 행사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김 의원은 토론회 종료 직후 "기본적으로 시스템 개선에 대한 공감대는 확인했지만 부처별 업무나 제도의 충돌과 중복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을 오늘 토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오히려 고민이 더 많아졌다. 법안을 좀 더 검토하고 보충해서 발의해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