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를 두고 종교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천주교와 불교는 종교인 과세에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보수 기독교 쪽은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오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찾아, 엄기호 대표회장(목사)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하여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이나 우려에 대해서 재정당국에서 겸허하게 말씀을 듣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엄 목사는 "(종교인 과세가) 2018년 1월부터 시행됨에도 그동안 정부와 종교간 충분한 대화나 협의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보수 기독교 종교인 과세 두고 "종교 갈등과 근간 흔들어"
엄 목사는 또 "종교계와 소통도 없이 시행 매뉴얼이 만들어져 3개월 뒤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이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종교 갈등과 침해는 물론,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버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덮어놓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충분한 대화나 논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서로가 받을 수 있는 상당한 충격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기준을 정한 종교인 과세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백지상태로 경청하겠다"라고 답했다.
천주교와 불교 "종교인 과세 지지"보수 기독교계가 볼멘 소리를 낸 반면, 천주교와 불교는 김동연 부총리와의 만남에서 종교인 과세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지난 8월 30일 김동연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건 기본"이라며 "다만 개신교, 천주교, 불교가 급여를 받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형편에 맞춰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도 불교와 뜻은 같았다. 김 부총리는 지난 8월 31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와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김 대주교는 혹시라도 종교인들이 과세에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받을까 걱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천주교는 1994년부터 모범적·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면서 "천주교가 사회복지 활동을 많이 하는데, 종교인 과세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셔서 그럴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종교인 과세는 내년 2018년 1월 시행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종교 관련 종사자가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에 세금이 부과된다. 현재 김진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종교인 과세는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