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쯤 우편함에 꽂아 있는 책이 있습니다. 올 가을에도 변함없이 책이 왔습니다. 서둘러 책을 펼칩니다. 책 속에 실린 손편지 때문입니다. 발행인 엄기원 동화작가님이 손수 쓴 편지입니다. 이 책은 2014년 봄에 처음 접했습니다. 엄기원 작가님의 손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오래전부터 그랬을 겁니다.
요즘 우편함에는 세금 고지서, 카드 명세서,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 통신요금 명세서 등의 우편물이 대부분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떠한 이유로 이렇게 많은 돈을 썼나' 혼잣말을 합니다. 늘 그럴만한 이유로, 필요에 의해 사용했을 텐데 명세서를 들여다보고 기억을 되새김질 합니다. 습관처럼 놀라고 깊고 긴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통신이 발달되지 않던 시절,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편지였습니다. 빨간 가방이 달린 자전거를 타고 우체부 아저씨가 오시면 뭔가 좋은 소식이 올 것 같은 즐거운 설렘이 있었습니다.
빠르고 편리하게 소통이 가능한 통신 수단도 고맙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썼을 손편지가 더욱 고마운 가을 아침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엄기원 동화작가님은 아동문학세상 일년 회비를 받으실 때마다 '돈받음표'라는 영수증과 감사의 마음을 손편지로 보내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