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박물관 섬에서 가까운 하케쉐 마크트(Hackesche Markt)라는 독특한 쇼핑몰이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쇼핑몰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뜻밖의 끝없는 미로 같은 구조 속에 수많은 개성 있는 가게, 식당, 펍 등이 특색에 맞게 옹기종기 모여 마치 런던 닐스야드(Neal's yard)의 여러 버전들 같은 작은 촌락들을 이루고 있는데, 호기심을 갖고 안을 탐험하다 보면 마치 어떤 환상의 나라 속 작고 신비한 세상들을 만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단, 나처럼 방향 감각 둔한 길치들은 단골 가게를 만들어도 찾아가기가 힘들다는 게 단점.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광장>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에 있는 이 광장에는 크기가 각기 다른 직육면체의 구조물이 가득 들어서 있다. 이곳은 미국의 피터 아이젠만이 설계하였고 2005년 봄에 오픈하였다. 이 구조물들은 유럽에서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기리는 것으로 무릎 높이부터 4.7m의 높이까지 높이가 다양한 조형물이 2,711개가 있다. 이 구조물에는 이름이나 날짜 등 어떠한 것도 적혀 있지 않지만, 사람들은 미로 같은 구조물 사이를 거닐면서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추모한다. [출처 : ENJOY 유럽]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혹은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 등으로 불리는 이 대리석 공원에 오면, 사람들이 이 단순하지만 뭔가 묘한 느낌의 수많은 하얀 돌들 위에 무심히 앉아 간식을 먹거나 돌들 사이를 거닐며 장난스레 사진을 찍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처음엔 단순히 대리석들을 구경하며 거닐다가 한 무리의 단체 관광객들 틈에 슬쩍 끼어 영어로 진행되는 해설을 잠시 듣기도 했다.
하지만 지하에 있는 무료 추모 박물관을 우연히 관람하고 나온 후 꽤 큰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 끔찍한 학살의 희생자가 된 이들의 명단과 각종 기록자료들을 무거운 마음으로 접하고 난 뒤 다시 올라왔을 때, 눈앞에 서 있는 이 대리석들은 그 전과 분명 달라보였다. 마치 하나하나가 그들의 생생한 영혼들처럼 느껴져 소름마저 끼쳤다. 이곳에 왔다가 지하 박물관이 있는 걸 모르고 그냥 스쳐가는 이들이 꽤 많아 보였는데 나도 처음엔 몰랐다가 공원 한 쪽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줄을 서는 걸 보고서야 알게 됐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 : 베를린 장벽은 대부분 철거되었고 몇 군데만 일부 남아 있는데, 베르나우어 거리에 있는 베를린 장벽 메모리얼이나 슈프레 강과 접하고 있는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가 그렇다. 그중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이스트 사이트 갤러리다. 이 갤러리는 총 길이 1.3km의 장벽에 세계 21개국의 작가 118명이 벽화를 그려 넣어 유명해졌다. 벽화 중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은 드미트리 브루델이 그린 〈형제의 키스〉로, 소련과 동독의 서기장이었던 브레즈네프와 호네커가 입을 맞추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출처 : ENJOY 유럽>다음은 베를린 시내에서 가장 긴 장벽을 볼 수 있는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S-Bahn Ostbahnhof 역에서 내려 걸어오는데 나는 다소 지저분하고 음침한 분위기의 Warschauer Straße 역에서 내렸다. 처음엔 적당히 구경하다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막상 끝없이 펼쳐지는 전 세계 유명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걸음이 멈추질 않아 결국 벽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추후 개인 블로그 http://arinalife.tistory.com/에 게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