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동 시인 6주기 추모 시 낭송회를 다녀왔다. 시인은 실향민으로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다 타계했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이 맞이하는 명절은 어떨까. 지척에 두고 딛을 수 없는 땅, 달려가 안길 수 없는 가족이기에 더욱 더 그리움과 통한이 크리라. 외세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져 오갈 수 없는 이들에게 통일은 어떤 의미인가.
통일은 오랜 타지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그리운 가족과 고향 산천으로 돌아가 안기는 일이다. 어머니 품에 안기는 일, 그리운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달려가는 일에 그 어떤 이념이나 정치색도 덧입힐 필요가 없다.
김규동 시인의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는 실향민에게 통일이 어떤 의미인지 그대로 전해준다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김규동꿈에 네가 왔더라스물세 살 때 훌쩍 떠난 네가마흔일곱 살 나그네 되어네가 왔더라살아생전에 만나라도 보았으면허구한 날 근심만 하던 네가 왔더라너는 울기만 하더라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한마디 말도 없이어린애처람 그저 울기만 하더라목놓아 울기만 하더라네가 어쩌면 그처럼 여위었느냐멀고먼 날들을 죽지 않고 살아서네가 날 찾아 정말 왔더라 너는 내게 말하더라다신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겠노라고눈물어린 두 눈이그렇게 말하더라 말하더라존경하던 스승이 보고 싶어한다는 말에 스물세 살에 고향에 어머님을 두고 월남해 돌아가지 못했던 시인은 민족통일에 대한 염원을 안고 민주화 운동, 자유문학 실천협의회 민족문학 작가회의 활동을 했다.
스승 김기림의 문학 세계를 이어 문명과 전쟁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모더니즘 시세계를 추구했지만 고향 산천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와 산문으로 실향민의 애환을 담아내기도 했다.
죽여주옵소서/ 김규동놀다보니 다 가버렸어산천도 사람도 다 가버렸어제 가족 먹여 살린답시고바쁜 체 돌아다니다 보니빈 하늘 쳐다보며 쫓아다니다 보니꽃 지고 해 지고 남은 건 그림자뿐가버렸어그 많은 시간 다 가버렸어50년 세월 어디론가 다 가버렸어이래서 한 잔 저래서 한 잔먹을 것 입을 것그런 것에나 신경쓰고 살다보니아, 다 가버렸어 알맹이는 다 가버렸어통일은 언제 되느냐조국통일은 과연 언제쯤 오느냐북녘내 어머니시여놀다놀다세월 다 보낸 이 아들을백두산 물푸레나무 매질로반쯤 죽여주소서 죽여주옵소서'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고향을 떠나 타지로 떠돌던 이들, 세상사에 지치고 사람과의 관계에 상처 입은 이들이 고향의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 새로운 힘을 얻어 힘든 세상사를 헤쳐 나가는 것이 명절이 주는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가족에의 그리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남북을 가로지른 철조망을 부수고 이념의 틀을 깨트리고 분단의 경계를 허물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남북 문인의 교류라도 활발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