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도 막바지에 다다르던 지난 6일, 지인들과 함께 서해안의 작은 섬 추도에 다녀왔다.
효자도리 추도는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서 뱃길로 40분이 걸린다. 거리는 얼마 멀지 않지만 육도와 허육도를 거쳐 천천히 운행하는 '오천 카훼리호'의 특성상 추도까지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추도에 다다르면 안면도 영목항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반대편 해변가에서는 보령화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가깝다. 멀지 않은 거리를 뱃길로 빙빙 돌아 온 것이다.
그래서 일까. 한없이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작은 섬 추도에도 인간문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섬 가운데로 송전탑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인간이 쓰고 버린 온갖 쓰레기들도 해안가로 밀려와 있다. 육지에서 버린 쓰레기가 파도에 밀려 섬으로 흘러 온 것이다.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들은 섬의 한 구석에 보일 듯 말 듯 쌓여 있다. 다음에 또다시 추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쓰레기를 주워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추도가 볼 것 하나 없는 작은 섬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해변에는 백사장 대신 검고 작은 자갈이 깔려 있다. 섬 그늘에는 돌게로 잘 알려진 이른바 '박하지'들의 서식지가 있다.
박하지는 꽃게 보다는 살이 적고, 맛이 덜해 인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박하지 잡이에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볼 수 있었다. 물론 박하지는 집게로 무는 힘이 세서 함부로 잡았다가는 손가락에 구멍이 날 수도 있다. (실제로 지인 중 한명은 박하지 집게에 물려 손가락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박하지 잡이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섬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이 나타나 한마디를 건넸다. 그 말에는 섬사람 특유의 지혜가 담겨 있다.
"거긴 굴 서식지야, 함부로 밟고 다니면 굴들이 다 죽어, 아무데나 막 밟으면 안돼."
아차 싶은 생각에 우리 일행은 조심스럽게 굴 서식지를 빠져 나왔다. 섬 사람들은 굴이나 박하지, 바닷고기 등 바다에서 나는 모든 어족자원을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가져가는 지혜가 있다. 어족 자원을 무분별하게 채취하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다. 그렇게 보호한 어족 자원은 오랫동안 섬사람들의 수입원이 되곤 한다.
추도 주민에 따르면, 추도에는 10가구 정도의 집이 있지만 집주인이 상주하고 있는 집은 서너 가구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구가 많지 않아서 인지 추도를 오가는 배편은 그리 많지가 않다.
추도로 가는 배는 오천항에서 오전 7시45분에 있다. 일단 추도에 들어가더라도 돌아오는 방법은 오후 4시30분 오천항으로 나오는 배 외에는 없다. 오전 배로 추도에 들어가면 하루 종일 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이다.
빠름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추도를 찾아 가는 길은 꽤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그런 불편함 때문에 그나마 이 작은 섬이 덜 훼손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마음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다녀온 추도는 오랫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