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던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 선언을 유예하고 스페인 정부에 협상을 요구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공식 연설에서 카탈루냐 자치의회에 독립 선언 절차를 앞으로 몇 주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독립을 선언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라면서도 "하지만 카탈루냐와 스페인의 갈등 해소와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카탈루냐와 스페인의 관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라며 "카탈루냐는 새로운 관계를 위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의 주민투표를 방해하려고 저지른 폭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라며 "카탈루냐는 스페인 정부에 너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며, 미치지도 않았다"라며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투표를 바랐으며, 모두가 책임 있게 행동한다면 갈등은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스페인·EU 전방위 압박... '진퇴양난' 카탈루냐앞서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과 문화·역사·언어의 뿌리가 다르고, 스페인 정부에 막대한 세금을 내면서도 예산 지원은 적게 받아 홀대를 당하고 있다며 분리독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카탈루냐는 지난 1일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치러 90%의 찬성표(투표율 43%)가 나왔다고 발표했으나, 스페인 정부는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분리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중앙 정부의 권한에 따라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자치의회를 강제 해산하며 자치권도 몰수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럼에도 카탈루냐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독립 선언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독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다가 유럽연합(EU)이 사실상 스페인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 8일 카탈루냐 최대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95만 명(경찰 추산 35만 명)의 주민이 모여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대규모 행진을 펼쳤으며, EU는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하면 자동으로 회원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탈루냐에서는 만약 독립을 선언해도 EU 회원국 자격을 얻지 못하면 EU 회원국 간 자유로운 왕래나 유로화 사용의 혜택을 받지 못해 오히려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카탈루냐, 전략 변경?... 스페인 "받아들일 수 없어"이날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성명을 통해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 정부와의 협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결정을 내리지 말고, 스페인 헌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카탈루냐가 독립을 포기하고 스페인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자치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협상이 불발될 경우 독립 선언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사실상 암묵적으로(implicit) 독립을 선언하고, 곧바로 자치의회에 독립 선언 절차를 유예할 것을 요구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전문가는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톰과 제리'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며, 카탈루냐의 주민투표는 통합을 내세우는 유럽의 공동체 가치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이 카탈루냐 주민투표를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900여 명이 다치는 유혈 사태가 벌어진 것을 지적하며 "스페인 정부도 유럽의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불명예를 얻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