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이전 정부에서 결정한 '초등교과서 한자표기'를 2019년부터 강행할 예정이어서 한자 사교육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과서 한자병기' 운동을 주도한 단체가 개입된 <사이버서당>이란 유료사이트에서 '초등교과서 한자 어휘학습' 서비스를 시작해 '교과서 정책의 사교육 이용' 지적을 받고 있다.
앞에선 교과서 '한자병기' 운동, 뒤에선 한자 학습사업?12일, 통신판매업으로 등록된 <사이버서당>이란 유초중고 학생과 일반인 대상 한자 유료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초등교과서 (한자) 어휘 학습' 서비스를 벌이고 있었다. 전통문화연구회에 따르면 이 서비스를 만든 때는 지난 해 말이다. 사이버서당은 전통문화연구회가 '주관'하고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이 '주최'하는 한자 학습 사이트다.
그런데 이 사이트를 '주최'하는 두 단체는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를 강하게 요구해온 단체다. 교육부는 이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해 12월 29일 "2019년 5, 6학년 교과서부터 기본한자 300자를 뽑아내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초등교과서 어휘 학습' 서비스는 초등학교 1~6학년 학생용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를 학습시키기 위해 뜻풀이, 한자쓰기 등을 공부시키려는 것이다. 이 사이트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서 (한자) 어휘는 2018년 3월 증보될 예정"이라고 예고해놓고 있다.
이 서비스가 들어가 있는 사이버서당 이용료는 한 해 17만 원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현재 '한자교육국민운동 이벤트,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협력'이라면서 이용료를 한 해에 1만 원으로 낮춰 받고 있다.
"'한자병기' 주도 세력이 장사에 이용" 지적에 "돈 벌려는 것 아냐"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를 주도했던 세력이 한자를 이용한 사교육이라는 장사를 하려고 교육을 이용한 꼴"이라면서 "교육부도 한자 비호세력과 한자 사교육세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들의 요구에 놀아난 꼴이 됐다. 새정부의 교육부는 47년간 이어온 초등교과서 한글전용 정책을 뒤집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통문화연구회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사이버서당은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가 주최하는 사이트는 맞지만 1년에 1만 원만 받는 등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한자병기운동을 하고 한쪽에서는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계자에게 답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뒤 다시 연락을 주지 않았다. 현재 전통문화연구회와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는 같은 건물, 같은 전화번호를 쓰고 있다.
한편, 교육부가 예고한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 시점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자 한자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한 대형 서점은 최근 '2019학년부터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시행!'이란 입간판을 세워놓고 한자 학습문제지 기획 판매전을 벌였다. '한자병기' 또는 '한자표기'에 대비한 초등학생용 한자문제집 시리즈도 10여 권 가까이 발간, 판매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지역 2개 대형 서점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다.
'한자병기' 대비 문제집 줄줄이... 교육부 "대책 논의 중"초등학생용 한자사교육 시장이 들썩이자 교육부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도 한자 사교육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통해 우려사항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교과서 한자표기에 대한 우려사항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내부에서 신중하게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