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가 과거 국정원, 경찰, 청와대 등에서 작성한 문건을 입수해 지난달 28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관건선거 개입과 KBS 탄압은 물론 야권 지방자치단체장까지 꼼꼼하게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원회가 열람한 문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김효재 전 정무수석의 김성준 전 보좌관이 유출한 문건이다. 문건 유출로 김성준 전 보좌관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공소장엔 김씨가 유출한 기록물들이 국가정보원, 경찰청에서 생산한 문건이라고 적시돼 있다.
해당 문건들의 경우, 대부분 정당 동향보고서(민주당 등 야당)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과 지자체장에 대한 동향보고서이다.
문건에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사례'라는 붙임자료가 첨부돼 있다. 자료는 8개 광역시도지사와 23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명, 정당, 각종 활동내역을 담고 있다.
민주당 적폐청산특별위가 공개한 '야권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보면, 당시 이명박 정부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의 행정을 꼼꼼히 사찰했다.
6.15선언 이행 촉구는 "대북정책 흔들기 획책"
사찰 내용을 보면, 민주당 송영길 국회의원(당시 인천시장)의 경우, 송 의원이 시 홈페이지(시정일기)·인터뷰 등을 통해 대북정책을 비판했고,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과 '6.15 및 10.4 선언' 이행을 촉구 한 것을 두고 '대북정책 흔들기 획책'이라고 폄훼했다.
또한 '통일부 불허에도 불구 남북유소년 축구경기를 강행(2.15, 중국 곤명시)하고 대북 지원용 축구화 공장 설립(4.5억원, 중국 단동시)을 추진해 정부정책과 엇박자 행보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민선5기 인천시가 민관대책위를 구성해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반대한 것을 '국책사업 반대활동 선동'으로 규정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국비 지원 요구에 대해서는 '지원법에 따라 국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2002부산아시안게임과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차별한다고 여론을 호도'한 것이라며, '대정부 불만여론 조성으로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인천시가 대북사업 추진을 위한 기용한 남북특보와 남북교류협력팀장에 대해서는 '◯◯◯(전 전대협 문화국장)·◯◯◯(전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홍보위원) 등 종북인물을 남북특보·남북교류협력팀장 등에 발탁'한 것이라며 '종북인사'로 낙인찍었다.
여성민우회 지원은 "좌파단체 지원" 미군기지 오염 해결 협력은 "반미 조장"
이명박 정부는 민주당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정부정책에 역행'하고 '좌파단체에 활동자금을 지원' 했으며 '반미여론을 조장'했다고 몰아세웠다.
홍 청장이 성과상여금을 균등하게 지급한 것을 두고 '성과급을 실적에 따라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요구에 따라 균등 지급한 것'이라며, 정부정책에 역행이라고 했고, '민주노동당 당비 납부 간부를 경징계 처분'한 것도 역행이라고 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인천여성민우회를 좌파단체로 규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부평구가 '인천여성민우회(회장 :◯◯◯)에 여성가장 자립지원 명분으로 7백만원 지원'한 것을 '좌파단체 활동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여겼다.
아울러 홍 청장이 부평미군기지 내 환경오염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단체와 협력한 것을 두고 '지역 종북·좌파단체들과 공조, 기자회견·반상회보 등을 통해 캠프마켓 내 환경오염 문제를 계속 제기하며 쟁점화 획책'했다며, 이는 '반미여론 조장'이라고 했다.
참여예산단체, 전교조, 청소년인권단체는 "종북좌파단체" 수도권 최초 진보 구청장이었던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현 정의당, 당시 민주노동당)도 사찰을 당했다.
이명박 정부는 배진교 청장이 조례개정을 통해 구청장 자문기구인 정책자문위 규모를 확대하고 인천참여예산센터 소장을 기용한 것을 두고 '종북좌파 인물의 제도권내 활동기반 마련' 한 것으로 몰아세웠다.
청소년 인권복지단체 인사를 자원봉사센터 소장에 발탁하고, 전 공무원노조 지부장을 구 민주평통위원에 기용한 것 또한 '종북좌파 인물의 제도권내 활동기반 마련' 한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또 남동구가 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좌(=남동 희망교육 부모스쿨)를 개설해 전교조 출신 인사를 강사를 초청한 것을 두고 '종북·좌파성향의 인물을 강사로 초청해 종북·좌파논리를 전파하고 정부정책 비판 여론 조성' 했다며, 이는 '지역사회 이념오염 조장'이라고 폄훼했다.
행안부, 기재부, 감사원, 한나라당 동원 압박 제시 이명박 정부는 이들 야권 지자체장들이 '이념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국가 정체성 훼손하고 대정부 비난여론과 국론분열을 조장'한다고 평가하고, 국익과 지역발전보다는 당리당략과 이념을 우선함으로써 국정기조에 역행하는 만큼 적극적인 제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구체적인 제어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당·정이 가용수단을 총동원하여 적극 견제·차단해야 한다'면서,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 관계부처를 통한 행정적, 재정적 압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기 감사를 통해 정부에 비협조적인 지자체의 예산관리 부실실태 등을 적출하고, 교부세 감액·반환, 지방채 발행중단 등 불이익 조치를 취할 것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편성 과정에서 국정저해 지자체 소관 사업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면밀 점검해 예산삭감 등 실질적인 제어장치를 가동' 하게 했다.
또한 한나라당 시도당은 '지방의회를 통해 지자체장을 집중 추궁하고, 건전언론 및 보수단체와 협조하여 규탄성명을 내는 등 지역 내 비판여론 조성을 통한 지자체장 행보를 저지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소름이 돋았다. 여성민우회의 지원의 경우 육아가 힘든 한부모 여성 가장을 지원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좌파단체를 지원한 것이라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사찰하고 폄훼한 내용들에 정말 소름끼친다"며 "민선5기 때 혁신적인 활동을 펼친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로 사찰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사찰을 당한 단체장들의 의견을 모아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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