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말 G20 정상회의 종료 후 '군 사이버사' 인력 확대를 직접 지시한 것이 확인됐다.
당시 사이버사가 G20 정상회의 관련 인터넷 댓글 공작을 통해 정부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옹호 여론을 조성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그동안 심리전 개입 의혹을 부정해왔던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창설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증거가 드러난 것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공개한 '대통령 지시사항 시달' 국방부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 정책관리담당관실은 2010년 12월 2일 사이버사에 '군 사이버사령부 인력 확대'를 지시했다. '추가로 필요한 소요는 현역병과 민간인력으로 보강할 것', '현역병은 복무기간이 지나면 제대하므로 민간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함'이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함께 내려졌다. 이후 사이버사는 댓글 공작을 주 업무로 하는 530심리전단에 민간인 출신을 대거 채용했다.
문건에는 해당 지시가 이 전 대통령이 2010년 11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구두 지시'한 내용이라 적시돼있다.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은 같은 해 12월 1일 국방부에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 및 보고 지시'를 내렸고, 국방부는 사이버사에 12월 16일까지 '향후 대략적인 계획 및 추진 방향'을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사이버사와 국정원을 동원한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런 것을 보고 받고 지시할 정도로 한가한 자리가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창설 초기부터 부대 운용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해 불법의 온상이 된 사이버사 인력 확대를 지시한 배경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