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대신 월급쟁이 사장이 왔으니 답은 뻔했다. 최양환 부영주택 사장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동탄신도시 아파트 부실 시공과 관련해 부실한 답변으로 질타를 받았다. 국정감사장 분위기는 부영 특별법 제정, 부영 청문회 개최까지 언급될 정도로 험악해졌다. 부영을 감싸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공기 단축해서 부실 시공한 것 아니다...""준공기간이 다른 아파트는 30~33개월인데 유독 부영만 24개월 지어서 공기 단축해서 부실공사 많이 났습니다. 동의하십니까?"(주승용 국민의당 의원)"그렇지 않습니다. "(최양환 부영주택 사장)"얼마만큼의 하자가 적정선입니까?"(윤영일 국민의당 의원) "세대 하자는 수십 건 나올 수 있습니다."(최 사장)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 사장은 동탄신도시 아파트의 부실시공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질의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일단 하자 시공 원인은 '공사기간'이 아니라는 게 최 사장의 답변이다. 문제가 되는 동탄신도시 부영 아파트(23블럭 18개동, 1316세대)는 불과 24개월 만에 완공됐다. 다른 건설사들이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 공사 기간을 30개월 이상 넉넉하게 잡는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짧은 기간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지으려면, 최소 2년 반 이상은 잡아야 한다"면서 "공사 기간이 2년이라면, 내부 마감재 등을 시공하기에는 지나치게 기간이 짧고, 하자 등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공사의 책임자인 최 사장은 끝까지 '공사기간'이 원인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주승용 의원을 비롯해 다른 의원들이 거듭 물어도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세대 하자는 수십 건 나올 수 있다"며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주민 탓을 하기도 했다. 그는 "착공 이후 주민 요구사항에 의해, 주차장을 지어달라는 등등의 문제가 있고, 공사 기간이 3개월 중단된 경우도 있었고,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하자가 많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하남 미사에 들어설 부영 아파트도 하자가 있다는 지적에는 "토요일 입주자 점검이 끝났고, 입주자 점검 회의 때도 보도가 됐지만, 입주자들이 감사하다는 현수막까지 걸고 한 내용이 있다"라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피해보상 합의 잘 이뤄졌냐 질문에 "잘 모르겠다"그러다가 한 의원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 최 사장이 "동탄 (아파트) 하자 문제는 대표 이사급을 상주시켜서 (해결)해오고 있다"라며 설명을 이어가려 하자 이원욱 의원이 "변명하지 마라, 여태까지 계속되고 있지 않나"라고 고성을 질렀다.
"(동탄아파트) 피해 보상 합의가 잘 이뤄졌습니까?"(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합의)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주민 편익시설 신축해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최 사장)"오늘 문자를 받았습니다. (동탄아파트) '23블럭에 사시는 입주민인데, 입주민들이 요구하는 보상금 문제가 빠졌습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이거는 뭐죠? 그런데도 합의가 있었습니까?"(이 의원)"그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최 사장)최 사장은 동탄 아파트 입주민들과 합의가 원만히 이뤄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원욱 의원이 입주민들로부터 받은 문자에 따르면, 합의금 등 입주민들이 강력히 요구하는 보상금 문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합의가 제대로 된 것이 맞느냐고 이 의원이 따져 묻자 최 사장은 한동안 뜸을 들이다가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합의가 되지 않은 사항을 합의했다고 답했다"며 최 사장을 위증으로 고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양환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일반적인 증인 신문이 20~30분 정도면 마무리되는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시간이 투입된 것이다. 이 시간 동안 이중근 회장의 증인 채택을 비롯해 부영 청문회 개최, 부영특별법 제정 등 여야 의원들의 부영 때리기가 이어졌다.
이중근 회장 증인 채택 비롯해 부영 청문회와 부영특별법 제정 주장까지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부영의 심각성을 보면 (서민들의) 고혈을 빠는 형태"라면서 "이정도가 되면,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문제를 갖고 부영 청문회를 해야 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은 "창업주(이중근 회장)의 경영철학이 전근대적이면 전근대로 하게 된다"면서 "공기 단축해서 이익 많이 내는 걸로 머리에 못박혀있는 것인데, 예전에는 통했지만, 지금은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부영이 독식하는)민간임대시장은 토지와 기금을 다 빨아먹는 틀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겠다"면서 "(이중근 회장에게) 그렇게 전해달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함진규 의원은 "서민 주택으로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면 되겠나"라면서 "사명감을 갖고 해야지, 과거 정권을 욕먹게 만들지 말라, 기업이 기업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정부 주택기금으로 성장했는데, 문제 일으키니 원성 빗발치는 것"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은 최 사장의 출석으로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이중근 회장 증인 채택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부영그룹이 임대사업하면서 급성장한 배경은 정부 기금 가져다가 사업하면서 회사가 큰 것"이라면서 "정부 돈으로 사업하면서 공기도 짧고 하자 민원 제일 많고 하니까 원성이 빗발치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그는 이어 "오늘도 이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이중근 회장을 증인 신청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부영법 제정,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판인데, 이후에 간사와 함께 논의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