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월급 총액은 비슷한데 기본급과 각종 수당은 달마다 다르게 찍혀 나와요. 기본급이 들쭉날쭉한 것은 우리에게 줄 임금을 회사가 착복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정당한 임금을 받기를 원할 뿐입니다."경북 고령군 한 도축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40여 명이 회사의 상시적인 임금착복 중단과 농협중앙회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A회사가 매년 수억 원의 임금을 떼먹고 있다고 주장하며 급여명세서 및 농협과 회사와의 도급계약서를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김아무개씨의 급여명세서에 2017년 1월 기본급은 104만9230원이었지만 2월에는 93만7770원으로 약 10만 원가량 줄었다. 그러다가 3월에는 113만9670원으로 늘었고 4월에는 133만9670원으로 3월에 비해 20만 원이 늘었다. 하지만 급여 총액은 세금을 포함해 190여만 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또 다른 노동자 조아무개씨의 급여도 기본급이 들쭉날쭉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씨의 기본급은 1월에 112만5780원이었으나 2월에는 93만7770원으로 줄었고 3월에는 113만8720원, 4월에는 133만9670원이었다,
노해철 대구일반노조 고령축산물가공지회 지회장은 "회사가 원청이 농협중앙회와 계약한 원본 도급계약서를 보여주지 않고 거짓 계약서를 제시하며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농협에서 우리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지회장은 "계약서에는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3년 이상의 숙련노동자를 60% 이상 고용하고 임금도 충분히 주도록 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회사 측은 계약서 일부를 지우고 수기로 쓴 내용을 공개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 정상적인 노동의 대가를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노조원은 "우리는 매일 700두 이상의 돼지를 가공하고 있다"면서 "한 달에 2만 두 이상 가공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급여는 매월 세금을 떼고 200만 원도 되지 않는다. 회사가 이익만 챙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A업체 노동자들은 지난 6월 노조에 가입하고 회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회사 측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동안 착복한 임금을 지급할 것과 임금인상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도 없이 관리자들 입맛대로 월급을 결정해 직원들을 차별했다"며 "사정이 이러하니 월급명세서에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매월 다르게 찍혀 나온다"고 한탄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노조는 17일 오전 대구시 북구 대현동 농협중앙회 경북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에 지도감독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진짜 사장인 농협이 고령축산물공판장 내 모근 하청업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용자가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인건비를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착복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원인은 축산물 가공 업무를 도급 용역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아무런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농협중앙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회사는 기본급이 다른 것은 월급 총액에서 각종 수당을 맞추다보니 달라진 것일 뿐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적게 지급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임금협상을 통해 20~30% 추가 인상 계획이라고 밝혔다.
A회사 관계자는 "계약서를 임의로 만들지 않고 원본을 노조에 보여주었다"면서 "회사 초창기에 노무사가 만들어준 급여체계 때문에 기본급이 달랐다. 지금은 기본급을 일정하게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농협 직접고용에 대해 농협경제지주회사 고령축산물공판장 관계자는 "도축부분 자체에 대해 도급을 줬고 도급계약 자체가 결과물만 내놓으면 되기 때문에 우리는 관여할 수 없다"며 직접고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인원이 몇 명이고 급여가 얼마이고 복리수준은 어떻게 하든지 관여를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관여하는 것 자체가 법위반이다. 돼지를 도축하는 수량에 대한 단가표만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