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고리원전 근처 바닷물을 담수로 바꾼 해수 담수 수돗물을 일반 가정에 공급하려던 계획이 주민 반발로 가로막히자 산업 단지부터 우선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당장 노동자들이 부산시의 일방통행식 급수 결정에 항의하고 나섰다. 지역 반발로 일방적인 통수 결정을 미뤘던 부산시가 사업단지에만 물을 공급하겠다는 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무시한 결정이란 비판이 주를 이룬다.
민주노총은 부산시가 물 공급을 추진하는 장안, 명례, 기륭 산업단지에 7천여 명의 노동자가 생활하고 있고, 향후 가동 예정된 산업단지까지 합치면 약 2만 명이 체류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일 오전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35개 노동단체와 진보정당이 부산시청 광장을 찾아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하루의 절반을 직장에서 근무하며 생활하는 노동자들은 회사에 공급되는 수돗물로 씻고 마시고 식사를 하며, 작업과정에서 공업용수를 다루며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만약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해수 담수화 수돗물이 공급된다면 노동자들은 각자 생수와 도시락을 들고 다니지 않는 이상 불가피하게 해수 담수화 수돗물을 접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노동자라고 해서 방사능 물질에 특별히 강한 것도 아니고, 노동자라고 해서 일반 주민들과 다른 수돗물을 강요받을 수는 없다"면서 "노동자도 주민이자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일을 "물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고 치적 쌓기를 위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태"라고 규탄했다. 정부와 정치권에는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반발이 커지자 부산시 측은 해수 담수 수돗물을 원치 않는 곳에는 물을 공급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해수 담수 수돗물의 안전성은 검증이 된 상태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추진과정에서 논란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014년 완공한 기장 해수담수 공급시설은 국내 최대 핵발전소 단지인 고리원전과 10여km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 상태이다. 일방적인 통수 계획을 세웠던 부산시는 반발에 부딪히자 희망하는 지역에 우선 해수 담수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물러섰지만, 현재까지 수돗물 공급을 원하는 마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