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유기농 쌀농사를 지어 햅쌀 첫 방아 찧어 밥 지어 먹는 날이다. 학교 다녀온 초등학교 3학년 10살 한결이에게 방아 찧은 햅쌀 반말 담은 쌀 포대를 건넨다. 쌀 포대 드는 모습이 어설퍼 현장 농사학습을 한다.
1단계 / 어깨에 걸쳐 매기, 가벼울 거 지는 법
2단계 / 어깨에 올려지기, 조금 무거운 거 지는 법
3단계 / 등에 지기, 아주 무거운 거 지는 법
햇볕에 말린 나락 거두어들일 때 아빠가 30Kg 조금 못 미치는 제 몸무게보다도 무거운 나락 포대를 번쩍번쩍 트럭에 실어올리는 걸 한결이는 부러워했다. 세월이 지날수록 아비 기운은 빠지고 아들 기운은 솟아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임을 아이는 아직 모른다.
"한결아, 어서 가자꾸나. 식구들이 먹을 쌀 포대 지고가는 사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다."
가장 맛있는 밥은 벼를 베어 타작해 햇볕에 말린 벼를 도정해서 바로 지어 먹는 밥이다. 농사꾼이기에 오늘 가장 맛있는 밥을 지어 자식에게 먹이는 행복을 누린다.
어릴 때 입맛이 평생 입맛을 좌우한다. 어릴 때 진짜 밥맛에 익숙해야 나중에 커서도 진짜 음식과 가짜 음식을 구별할 수 있다. 한결이는 시골 농사꾼 집에서 나고 자라 텃밭과 농토에서 직접 기른 음식을 먹고 자랐다.
산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지만 한결이는 도시 아이들처럼 햄버거, 치킨, 피자, 아이스크림, 과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건 가끔 읍내에 나갈 때나 먹을 수 있는 별식이다. 우리 마을엔 그 흔한 치킨 가게, 피자 가게, 마트가 없으니 도시 인스턴트 음식은 먹으려 해야 먹을 수도 없다.
오늘 저녁밥은 아빠가 갓 도정한 쌀을 씻어 밥을 지어 밥상에 올렸다. 김이 모락모락, 뜨끈뜨근한 햅쌀밥을 밥그릇에 그득 담아 한결이에게 주었다.
"한결아, 밥맛을 봐. 햅쌀밥이야."아이는 김을 호호 불어 입에 넣어 오물오물 밥을 씹는다.
"이야, 진짜 맛있다. 밥만 먹어도 맛있어.""그래, 맞아. 반찬이 아무리 맛있어도 밥이 맛없으면 다 맛이 없지. 밥이 가장 맛있는 반찬이야. 맞지?""아빠 말이 맞아. 밥이 밥도둑이네.""한결이는 마법사, 요술쟁이 좋아하지? 진짜 요술쟁이는 누굴까? 흙에 씨 뿌려 가꾸어 이렇게 맛있는 쌀밥 지어준 아빠가 요술쟁이 아닐까?""그렇네. 아빠가 요술쟁이네. 농사꾼 요술쟁이."
덧붙이는 글 | 유문철 시민기자는 충북 단양에서 10년째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유기농민, 블로그 단양한결농원으로 농사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농민회장, 단양군 적성면 대가초등학교 학부모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