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엄기호 대표회장)가 오는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회개와 구국기도회'(구국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한기총은 지난 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5가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제28-5차 임원회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그런데 구국기도회가 열리는 시점이 미묘하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하는 날이다. 이에 따라 한기총의 구국기도회가 친미 집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기총이 행사 목적을 "북한 핵위협으로 국가안보가 매우 악화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님께 엎드리고,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한편, 한국교회가 깨어 기도하므로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도우심을 간구하는데 있다"고 밝혀 이 같은 우려를 증폭 시켰다.
사실 한기총은 '친미' 일변도의 입장을 취해온데다 역대 미국 대통령, 특히 공화당 출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할 때마다 환영집회를 연 바 있다.
지난 2004년 10월 한기총은 서울시청 광장에서 '비상구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때 김한식 국민협의회 기독교 본부장은 "존경하는 부시 대통령(당시)과 미 합중국에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또 2008년 8월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자 역시 서울시청광장에서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를 열었다.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이 기도회에 연사로 나서 "한국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의 어려움과 공포는 마귀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다. 따라서 조 원로목사의 발언은 시민들의 촛불을 마귀에 빗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기총은 또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마다 기도회를 명분으로 보수 진영 결집에 나선 적도 있다. 올해 3월1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렸던 '3.1만세 운동 구국기도회'가 대표적인 예다. 주최측인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이날 행사가 3.1절 기념 및 이 나라 안보를 위한 기도회 성격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주최측 주장과 달리 이 기도회에 참여한 보수 개신교 성도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다.
이번에도 한기총 측은 순수한 기도회임을 강조했다. 한기총 홍보팀 관계자는 2일 오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구국기도회에 대해 "정치적으로 보수 진영을 결집하려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지만, 한기총은 예전부터 한미 동맹을 공고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 집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시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뿐 기도와 설교 중심의 기도회"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