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보증금대출(아래 전월세대출)을 받아보신 분은 아실 거다. 은행에서 받는 대출 중에 가장 복잡하다. 주택담보대출보다 더 복잡하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전월세대출을 모바일에서 (받을 수 있게) 이뤄내는 것 자체가 작은 혁신이 될 것이다."
3일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전월세대출을 내놓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윤 대표는 "전월세대출을 모바일로 구현할 수만 있다면 은행에서 하는 대출은 거의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처음부터 이 상품을 기획했고, 오랜 시간 투자했다"고 했다.
인터넷전문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또 다른 실험을 한다. 이번엔 스마트폰으로 전월세 대출을 쉽게 받을수 있도록 하는 것. 이용우 공동대표는 "(기존에는) 은행 지점에 전세계약서를 가져가 대출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등 여러 절차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중은행 2곳 정도가 모바일 전월세대출을 취급하고 있는데 지점에 가서 최소 2번 정도 확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바일로 대출을 신청하더라도 결국 지점에 방문해야 하는 기존 은행들과는 달리 카카오뱅크는 그런 절차가 아예 없다. 관련 서류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면 된다. 기존 은행에 비해 시간도 크게 단축되고, 더 편리할 것으로 카카오뱅크는 보고 있다.
대출서류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주택담보대출상품도 나올 듯전월세 대출 추이를 본 후,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정부 (부동산) 규제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젊고, 중산층, 서민층이 많이 이용하는 전월세대출을 먼저 취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는 카카오뱅크를 둘러싼 각종 우려와 지적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용이 높은 사람 위주로 대출이 이뤄지고, 중금리 대출은 적게 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윤 대표는 "금액은 적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금리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기존 은행에서는 신용등급 4~6등급 고객에게는 대출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직장생활한 지 얼마 안 됐거나 은행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인데 이들의 신용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더불어 이 대표는 "은행에 오지 못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접근하느냐, 중금리대출의 목표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신용데이터를) 테스트하면서 중금리대출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금액으로는 적게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특성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던 사람들이 카카오뱅크를 찾고, 꾸준히 갚아나가는 등 신용정보를 쌓으면 이들도 고신용자가 될 수 있으므로 그런 취지에서 중금리대출을 운용한다는 얘기다.
더불어 내부에 소비자 신용데이터가 쌓이면 서울신용보증기금 등을 거치지 않고 대출해주면서 중금리대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카카오뱅크는 내다봤다. 이 대표는 "고객들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중금리대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보증기금의 보증을 받고 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고객이 중금리대출을 신청하면) 보증기금 등의 거절이 있는 것 같다"며 "중장기적으로 보증 없이 스스로 판단해서 고객들에게 대출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은행서 대출 못 받던 소비자 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중금리대출 목표"
이에 대해 윤 대표도 상세한 설명을 보탰다. 그는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4~6등급 신용자에 대출을 하지 않는데, 한다 해도 사잇돌대출(정책금융)"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표는 "중신용자보다 낮은 7~9등급 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왜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는데 일부는 보증을 끼고 대출해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은행에서 활동하지 않던 고객들의 위험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며 "2~3년 동안 데이터들이 쌓이고 저희 실력도 쌓이면 (저신용대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장을 만들어 놓고 쓰지 않는 이른바 '깡통계좌'가 카카오뱅크 전체 계좌의 70%였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지 묻는 질문도 나왔는데, 윤 대표는 "50%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체크카드를 못 받은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받아 이를 쓰면서 깡통계좌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프린트된 체크카드를 받기 위해 신청이 폭주했고, 소비자들이 배송을 한 달가량 기다리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카드가 도착하는 동안 통장을 비워두는 사람이 많아 일시적으로 깡통계좌가 많았다는 것. 이어 윤 대표는 "체크카드 발송을 더 빨리 해드리고 싶었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며 "점점 나아져 계좌 사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이날 카카오뱅크는 신용카드 사업 개시 등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상반기 신용카드 사업 예비인가를 추진하고, 오는 2019년 하반기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자동이체통합관리서비스(페이인포)와 연계한 서비스도 선보인다. 소비자는 카카오뱅크 계좌를 통해 실시간 휴대전화 요금, 보험금 등을 납부할 수 있고 가상계좌서비스로 지방세도 낼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카카오뱅크는 계좌기반 간편결제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날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택시와 카카오선물하기 등 비식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카카오뱅크와 롯데그룹은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빅데이터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외부데이터에 자체 데이터를 분석·적용해 신용평가시스템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