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소수자와 이전에도, 지금도 함께 살고 있다.""성소수자 인권에 나중은 없다.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야 한다.""동성애는 정신병이 아니고 변태가 아니며, 정신병자 취급하기 때문에 정신병에 걸릴 정도다."임보라 목사(서울섬돌향린교회)가 5일 오후 창원YMCA 강당에서 열린 '성소수자와 인권'이란 강연에서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정금교회, 한교회, 하나교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임 목사는 2008년 토론회에서 '동성애 찬성'을 발언한 뒤, 성소수자 인권 보호활동을 해오고 있다. 보수 교회들은 임 목사를 '이단'이라 하며 임 목사가 소속되어 있는 교회에 '파문'을 요구하고 있다.
임 목사는 "8개 교단의 '이단대책위'가 저에 대해 조사를 해서 '이단'이라 했고, 교단에서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친교교류금지 결정'까지 했다"며 "저는 '이단'이라 하든 '삼단'이라 하든, 성소수자 인권을 외칠 것"이라 했다.
임 목사는 "성소수자를 둘러싸고 난감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슬람교도 있지만 다른 종교에 비해 기독교에서는 유난히 이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고 했다.
군형법(제92호 6항)과 관련해, 그는 "군대에서는 다양한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군형법에서는 특정한 체위와 관련한 부분이 법제화된 것이 특이하다"며 "사람 간의 성적 행위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전국 곳곳에서 인권조례가 진행되면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이나 인권조례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과도 관련이 있다"며 "인권 목회자들이 애를 많이 쓰고 있는데, 반기독교적 행위처럼 여겨져 공격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처럼 보수 기독교계는 끊임없이 시비를 건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그는 "박근혜 정부는 공약에 들어가 있었지만 제정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는 공약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며 "그러나 시대 흐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와 인권에는 나중은 없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코앞에 와 있다. 저들의 정치적 공세를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인사 청문회를 할 때도 '동성애 찬성'이냐를 두고 잣대로 삼았다. 장관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라며 "동성애 찬성이라고 해서 끝까지 못 들어가게 한다. 그렇다 보니 정치인들이 소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다음 선거 때 저들은 동성애 찬성 정치인을 색출해 내려고 할 것"이라 했다.
"교회가 네트워크 막강, 물량 공세 펴" 교회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였다. 임 목사는 "저들은 검색해서 '성소수자'나 '인권'의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반대다. 교회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둘째 치고, 교회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인권조례' 등을 폐지하도록 하는 게 맞느냐. 다 그런 행동이 큰 맥락에서는 인권을 후퇴시키는 것"이라 했다.
물량 공세가 대단하다고 했다. 임 목사는 "교회가 가진 네트워크는 어떤 조직에도 밀리지 않고 막강하다. 거기다가 재정적으로 엄청난 물량공세로, 책자와 동영상을 만들어 전국에 뿌린다. 그러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했다. 임 목사는 "그 사회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는 바로미터가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다름'이 '틀렸어'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포용하는 것"이라 했다.
그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이주민 혐오', '이슬람 혐오', '장애인 혐오' 거기다 '여성 혐오'까지 있다"며 "이 사회가 점점 더 척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경쟁체제 안에서 서로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생존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 척도가 혐오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들도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외쳐왔다. 그는 "일부에서는 성소수자들이 자기들 문제 이외에 사회적으로 무엇을 했느냐고 하는 말이 있다. 그런데 성소수자들도 시민사회 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며 "그들도 촛불을 들었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투쟁과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 농성 투쟁 때도 함께 하고, 장애인과 함께 해왔다"고 했다.
"대만, 반대 시위 있었지만 '평등권'으로 동성결혼 합법"다른 나라 이야기도 했다. 임 목사는 "대만이 아시아에서 첫 동성결혼을 법으로 제정한 나라가 되었다. 그렇다고 대만에는 교회가 없느냐, 보수교회가 없느냐. 아니다. 대만에서도 엄청난 반대 시위가 있었다"며 "그러나 동성결혼금지가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봤다. 정부 역할은 그런 것이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트랜스젠더 출신 정치인이 나오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성소수자 차별 주에 대한 '공무출입금지'를 하고 있다. 임 목사는 "2016년 기준으로, 법제도 측면에서 성소수자가 완전히 평등한 나라를 100%로 보았을 때, 한국은 12.32%이고, 비교 대상이 되는 나라 49개국 중 44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임 목사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1994년부터 시작해 23년째다. 그동안 다양한 의제를 갖고 연구와 활동이 있었으며, 캠페인과 서명운동이 있었다"며 "퀴어문화축제가 2014년에는 서울 신촌에서 했는데 올해는 부산에서 했고, 앞으로 울산과 광주 등지에서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말세'의 증상으로 보고 큰일 났다고 한다. 그러나 군대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관심병사가 되는 것은 오래 전 일이고, 군형법에 의해 색출하자, 대학 캠퍼스에서는 '나도 잡아가라'는 대자보가 붙기도 한다"고 했다.
임 목사는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 어느 분야에나 있다. 사회 전체에서 10% 정도로 보기도 한다"며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런데 차별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학교에서 가장 차별이 심하다. 학교 공간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교육에서부터 차별금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자 반성이 있었고, 그래서 세계인권선언에도 영향을 받았으며, 교계도 연대해서 목소리를 냈다"며 "한때 여성들이 참정권을 가질 수 없는 시대가 있었고, 그러나 여성들의 투쟁으로 참정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사회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포용 범위를 넓혀 갈 것이다"고 했다.
임보라 목사는 "성적취향을 존중해야 한다. 성적취향 때문에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차별금지법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임 목사는 "지난해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자의 성접촉 숫자를 보니 이성애자 355명, 동성애 325명이었다. 숫자로만 보면 이성애 성접촉 감염이 높다"며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이 동성애자한테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동성애는 곧 에이즈 감염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면 강의를 마쳤다.
"시민으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게 결코 분리되는 게 아니다. 민주적 소양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억압과 차별에 저항할 줄 알고, 그래야 이 시대의 '참신앙인'이 될 수 있는 것이며, 그래야 진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시민사회의 '시민'이고 '촛불'이 되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