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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 정민규

전공의 폭행 사건과 대리수술로 논란이 된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의사의 대리수술이 다시 확인됐다. 뇌 수술을 받은 환자는 혼수 상태로 깨어나지 못하다 한 달 뒤 사망했다. 병원 측은 절차상의 문제일 뿐 의학적 잘못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아무개(70)씨가 부산대병원을 찾은 건 지난 9월 28일. 갑작스러운 두통에 응급실을 찾아 입원한 박씨는 뇌출혈 증상으로 10월 5일 밤, 수술을 받았다. 병원 측은 두개골을 절개하는 수술법인 개두술을 담당 전문의인 A교수가 하게 될 것이라며 수술동의서에 대리인(아들) 서명을 받아갔다.

수술실 밖에서 대기 중인 가족들이 수술 현황을 알리는 안내 스크린에서 본 집도의 이름 역시 A교수였다. 병원 의무기록 여러 부분에서도 이날의 집도의가 A교수라고 기록되어 있다.

 박 아무개(70) 수술동의서에는 담당 집도의가 A교수라고 되어 있다. 실제 수술은 다른 교수가 대신 진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은 집도의 변경시 변경사유를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거나, 급박한 상황이라도 수술 직후 지체없이 변경 사유를 알려야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부산대병원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박 아무개(70) 수술동의서에는 담당 집도의가 A교수라고 되어 있다. 실제 수술은 다른 교수가 대신 진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은 집도의 변경시 변경사유를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거나, 급박한 상황이라도 수술 직후 지체없이 변경 사유를 알려야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부산대병원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 박아무개씨 유가족 제공

하지만 정작 수술을 맡았다는 A교수는 이날 병원에 없었다. 해당 과의 다른 교수가 박씨를 수술했기 때문이다. 수술 이후 박씨는 깨어나지 못한 채 혼수 상태로 있다가 지난 6일 사망했다.

부산대병원은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은 것에 의문을 품은 가족들이 일주일가량 지났을 무렵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서야 대리수술 사실을 알렸다.

항의하는 가족들에게 A교수는 "응급 상황에서 내가 수술을 못 할 수 있다고 사전에 말했기 때문에 나름 수술을 할 수 있는 교수에게 말했고, 수술 경과가 좋아서 (가족에게) 말을 못 했다"고 해명했다.

부산대병원 "응급 상황에 급히 수술하느라 설명 못 해"

부산대병원도 당시가 응급 상황이었음을 강조했다. 병원 측은 "추석 연휴 기간 발생한 응급 상황으로 인해 당직 의사가 급하게 수술을 하게 됐다"면서 "그 과정에서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과는 차이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을 보면, 부득이하게 집도의가 변경되면 사전에 환자 또는 대리인에게 구체적인 변경 사유를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수술 시행 도중에 집도의가 바뀌더라도, 수술 후 지체 없이 구체적 사유와 시행결과를 환자나 대리인에게 알려야 한다.

 부산대병원이 박 아무개(70)씨 유가족에게 발급한 의무기록. 기록상으로는 지난 10월 5일 박씨를 수술한 것이 A교수라고 적혀있다.
부산대병원이 박 아무개(70)씨 유가족에게 발급한 의무기록. 기록상으로는 지난 10월 5일 박씨를 수술한 것이 A교수라고 적혀있다. ⓒ 박아무개씨 유가족 제공

부산대병원의 대리수술 문제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부산대병원에서는 외부 출장 중인 교수가 병원에서 수술했다는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부산대병원의 한 보직교수가 4번 출장을 간 기간에 병원에서 7번이나 수술을 했다는 기록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지난 3일 부산대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유가족은 울분을 터트렸다. 한 유가족은 "병원이 환자를 기만하면 우리는 속아야만 하냐"면서 "병원은 여전히 관습적으로 이런 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음에는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교수는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 수술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부산대병원#대리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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