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의 장례가 치러진 지 120주기를 열흘 앞두고 히젠도(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의 심장을 찔러 절명시킨 칼)를 폐기하라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문화재제자리찾기 청소년연대 학생들은 오늘(10일) 일본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구시다 신사를 방문하고 일본 외무성과 구시다 신사에 히젠도 폐기 진정서를 보냈다.
최광연 학생(과천외고 2학년)은 "한일 간 아픔의 역사가 120주년이나 됐는데도 (히젠도 폐기가) 해결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히젠도 처리를 위한 노력이 한일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여우사냥' 위해 새겨진 문구
히젠도는 전체 길이 120cm, 칼날 90cm이며 나무로 만든 칼집에는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 :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라고 적혀있다. 칼의 주인인 도오 가츠아키가 살해 당일 작전명 '여우사냥'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새긴 것이다. 히젠도는 전투용이 아니라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칼로 16세기 에도 시대에 다다요시라는 장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문필가 츠노다 후사코가 쓴 <민비암살>에 따르면 "나카무라 다테오가 곤녕합에 숨어 있던 명성황후를 발견하여 넘어뜨리고 처음 칼을 대었고, 곧이어 달려온 도오 가츠아키가 두 번째 칼을 대어 절명시켰다"라고 적혀있다. 그 후 도오 가츠아키가 그날의 범행을 참회하며 칼을 구시다 신사에 맡겼다.
영화 <아이캔스피크>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이용수 할머니와 최봉태 변호사,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2010년 히젠도 환수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이 칼을 압수, 폐기하라고 일본에 요청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범행에 사용한 물건은 검찰이 압수해야 하는 물건이지 민간이 소유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황승민 학생(과천외고 2학년)은 "명성황후는 시신도 없이 살해 뒤 2년 2개월이나 지나서 장례식을 치렀다"라며 "이제라도 그날의 아픔을 간직한 히젠도를 하루 빨리 폐기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루빨리 히젠도 폐기해야"...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아픔의 칼'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006년 구시다 신사를 방문해 히젠도를 확인하고 관련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다. 명성황후 살해 120번째 기일을 맞아 2015년에도 일본 외무성 등에 폐기 요청서를 보냈으나 일본 외무성은 답변하지 않았다. 현재 구시다 신사는 히젠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시해라는 용어는 같은 나라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행위로 '명성황후 시해'라고 적으면 조선인이 조선의 왕비를 죽였다는 뜻이 됩니다. 정확한 용어는 '장(戕)'이라 해야 하지만 용어를 아는 이가 거의 없기에 더 넓은 의미에서 사용되는 '살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