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적에 우리 어버이가 장만해 준 자전거 뒤로 제가 스스로 마련해서 타고 다닌 첫 자전거는 신문사 지국에서 신문배달원으로 일하며 타던 짐자전거입니다. 신문을 돌리면서 타는 짐자전거는 짐을 싣기에도 좋고, 사람을 뒤에 앉히기에도 좋습니다. 짐자전거에는 기어가 따로 없으나 짐을 가득 싣고도 오르막을 제법 잘 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빠르게 오르지는 못하지요.
짐자전거로 신문배달을 여러 해 하는 동안 자전거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를 온몸으로 익혔습니다. 봄에도 가을에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빗길에도 눈길에도, 자전거랑 늘 함께 움직이면서 이렇게 멋진 '새로운 두 다리'를 누릴 수 있는 하루가 기뻤어요.
신문배달을 끝내고 다른 일자리로 옮기면서 전철에도 실을 만한 작게 접는 자전거를 마련했어요. 이즈음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꾸린 모임에 나가 보기도 했는데, 그무렵 '자이언트(GIANT)' 자전거는 안 좋고, 매우 아슬아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둘레에서 들었어요. 얼추 스무 해 즈음 된 얘기입니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니 주변 사람들의 태도도 180도로 달라졌다. 처음 도전했을 때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 할 것 없이 찬성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 시도 때는 정반대로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34쪽)
이 두 번의 경험으로 나는 사람이 때로는 바보 같아야 자신의 한계를 깰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내 체력은, 혹은 능력은 이 정도라고 한정 짓는다면 잠재력은 거기서 끝나고 만다. (44쪽)<자전거 타는 CEO>(OCEO 펴냄)를 읽으면서 스무 해 즈음 된 예전 일을 떠올립니다. 이 책을 쓴 분은 자이언트라는 대만 자전거 회사 대표입니다.
킹 리우라는 분은 저를 비롯한 '자전거 즐김이'가 지난날 떠올리던 '자이언트 자전거는 매우 안 좋아' 하는 이야기를 책에 고스란히 적기도 합니다. 자전거 회사 대표 스스로 처음에는 퍽 엉성하게 자전거를 만들어서 팔았다는 대목을 안 숨기고 적어요. 예전에는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다고도 밝힙니다.
그런데 자이언트 자전거는 오늘날 어떻게 눈부시게 거듭났을까요? 자전거를 엉성하게 만들어 돈만 벌려고 하던 생각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즐기는 사람들이 자이언트 자전거를 놓고서 손가락질하거나 나무란 대목을 달게 받아들여서, 그 뒤로는 '조금이라도 엉성하게 만든 자전거'는 그대로 땅에 파묻어서 버리고, 모두 새로 만들었다고 해요. 이렇게 한 해 두 해 흐르면서 어느덧 자이언트 자전거는 '안 좋은 자전거'에서 '좋은 자전거'로 달라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운동이 그렇듯 일 역시 즐겁지 않으면 보람을 찾을 수 없고, 오래 버티기도 힘들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은 '지금의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잊지 않는 사람은, 분명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85쪽)유바이크의 품질은 세계 다른 도시의 공용자전거들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그저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자전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자전거를 보급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161쪽)그러면 자전거 회사 대표는 어떻게 '돈벌이'를 이녁 마음에서 털어낼 수 있었을까요? 바로 자전거 회사 대표 스스로 '자전거를 타며 출퇴근'을 하면서 달라졌고, 자전거 출퇴근을 넘어서 '자전거 대회 완주'까지 몸소 하면서 더욱 달라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 자전거로 산을 오르내리며, 여든을 웃도는 나이에까지 자전거 타기를 멈추지 않는다고 해요.
많이 파는 물건으로만 자전거를 바라보았다면, 자이언트라는 자전거는 고만고만했거나 조용히 사라지는 회사 가운데 한 곳이 되었으리라 봅니다.
온누리에 손꼽히는 회사가 되기를 바라려는 뜻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서 파는 물건이 제대로 된 것일 뿐 아니라, 스스로도 즐겁게 타고 누리는 삶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생각을 품으면서 찬찬히 달라질 만하지 싶어요.
이러면서 회사를 더욱 잘 꾸리는 길을 스스로 알아내기도 하고, 숫자로 살피는 벌이를 넘어서 지구라는 별이나 대만이라는 나라를 모두 생각하는 길까지 걸을 수 있을 테고요.
중요한 점은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단계마다 계속해서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80쪽)
나에게는 꿈이 있다. 타이완 자전거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이 타이완에 와서 '가장 좋은 자전거'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225쪽)<자전거 타는 CEO>라는 책은 자전거 이야기보다는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를 잘 꾸리는 길'을 밝히는 이야기를 더 길게 다룹니다. 자전거 즐김이보다는 회사 경영자한테 어울리는 책이라고 할 만해요. 그렇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회사를 잘 꾸리는 길'도 '자전거를 즐기는 수수한 삶'이 밑바탕으로 있기에 열 수 있었네 하고 느꼈습니다.
이러면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봅니다. 자전거 회사 대표는 자전거 회사를 꾸리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동안 몸이 매우 튼튼하게 달라졌다고 해요.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아직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떠할까요?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회의원이든 시장·군수이든, 군의회·시의회 의원이든, 또 여느 공무원이나 교사이든, 이런 공공기관 일꾼이 모두 자가용을 내려놓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 본다면? 전국 어디에서나 공공기관에서 '공용차'가 아닌 '공용자전거'를 타도록 한다면? 이렇게 할 적에 우리 사회는 얼마나 눈부시게 거듭날까 하고 한번 꿈꾸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자전거 타는 CEO>(킹 리우·여우쯔엔 / 오승윤 옮김 / OCEO / 2017.10.20. / 1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