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쌀쌀한 날씨가 이어진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쌀쌀한 날씨가 이어진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연합뉴스

체감온도가 뚝 떨어져서일까요. 최근 들어 두툼하고 긴 '롱패딩' 차림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연예인들이 야외 촬영 때 발목까지 길게 떨어지는 검은색 패딩을 걸쳐왔다면, 이제는 거리에서도 직장인과 학생들이 롱패딩을 입은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롱패딩 전성시대'입니다.

롱패딩의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뉴발란스, 노스페이스 등 국내 의류 브랜드의 신제품은 30만 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한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녀가 입어서 화제가 된 이탈리아 브랜드 '몽클레어' 제품은 200만 원 전후입니다.

위와 같은 브랜드 롱패딩은 고가의 가격도 부담이지만, 제품의 충전재 역시 한 번쯤은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지점입니다. 이들은 주로 거위나 오리 등의 솜털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거위와 오리의 가슴·겨드랑이 부위 솜털로 만든 구스·덕다운(down) 패딩은 다른 충전재보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 등의 고발로 거위와 오리에게서 털을 채취하는 방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동물학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습니다.

다운 패딩의 충전재는 대부분 거위와 오리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솜털을 뜯는 방식으로 채취되며, 구스다운 패딩 하나에 15~20마리의 거위가 희생된다고 합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산 채로 털이 뽑히는 거위의 모습이 알려져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산 바 있습니다. '단지 좀 더 가볍고 따뜻하기 위해 동물을 학대하며 채취한 외투를 입어야 하냐'는 문제의식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기도 했죠.

 한 브랜드의 롱패딩
한 브랜드의 롱패딩 ⓒ wikimedia commons

그렇다고 외투 없이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을 날 순 없겠죠? 집에 있는 솜이불을 걸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동물학대' 논란이 부담인 분들에게 '착한 패딩'으로 올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방법을 권합니다.

이미 동물 털 못지않게 따뜻한 인공충전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거위·오리털보다는 무게와 보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해가 지날수록 나날이 보온성 등의 질이 상승해 화학섬유로 만든 충전재로도 충분히 한국의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스톤아일랜드에서 내놓은 프리마로프트(미군이 개발한 방수 다운 대체재) 롱패딩은 국내에서도 유명하며, 미국 3M사에서 개발한 신슐레이트로 만든 패딩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건 '웰론패딩'입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웰론으로 만든 롱패딩이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죠. 웰론은 오리털을 최초로 모방한 인조 충전재로, 2004년 국내 기업인 세은텍스에서 개발해 특허등록한 신소재입니다.

소재의 '출처'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교적 '착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웰론 롱패딩이 4만 원~7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브랜드 다운 패딩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합니다.

동물 털 알레르기 있는 분에게 '웰론패딩' 추천합니다

 네이버쇼핑에서 판매되는 웰론패딩들
네이버쇼핑에서 판매되는 웰론패딩들 ⓒ 네이버쇼핑 갈무리

웰론은 다운(솜털)의 단점을 제거한 부드러운 극세사로 구성돼 충전재가 옷 밖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이 없고, 물세탁 후에도 몰림 현상이 적은 게 장점이라고 세은텍스 측은 설명합니다.

조성준 세은텍스 총괄팀장은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올해 들어 신규업체에서 주문을 요청하는 문의가 많이 늘었다"며 "다운 제품은 아무래도 동물성단백질 성분이 있어 냄새가 나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웰론 등의 인공 충전재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위생면에서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테스트를 해보면 덕다운보다 무게는 살짝 더 나가지만, 보온성이나 복원력은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실제 월론패딩을 구입해 입어봤다고 하는데요. 이 대표는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가볍고 따뜻해서 자주 편하게 입게 된다"라며 "우리나라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곳이 아닌 데다가 대부분 실내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굳이 다운 제품이 아니어도 충분히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외국에서도 요즘 재활용 소재로 만든 파타고니아 제품이 인기라고 한다"라며 "'인도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기업에서도 그런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는 알 권리도 있지만 '인도적 소비'를 할 권리도 중요하다"라며 "더 많은 소비자가 계속 동물이 희생되지 않는 제품을 찾으면 기업에서도 더 많은 소재와 제품을 적극 개발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번 겨울은 '착한 패딩'으로 추위를 이겨 내보는 건 어떨까요?

-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다운 패딩의 '불편한' 진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오리털 뽑기, 인간이 무섭다

['착한 외투'는 어디서 사나] 폴리에스테르 100% 점퍼, 올 겨울 강추합니다

[세계적인 트랜드 '비건 패션'] '길에서 죽은 동물' 걸친 패셔니스타?


#롱패딩#웰론패딩#구스다운#덕다운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