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를 연결시켜 살펴보고자 하는 대목은 '공론(公論)'이다. 7월에 출범해 10월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공론화위원회의 정식 명칭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 국민의견을 반영해 결론짓기 위함 이었다. 위원회는 공론화를 이끌어낼 위원과 지원단, 그리고 참여를 희망하는 국민 중 추첨을 통해 470여 명의 시민참여단으로 구성했다. 핵심적 의사결정은 시민참여단의 판단을 통해 권고안을 결정하였다.
권고안은 '장기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여가되 기왕에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전력 수급을 감안하여 건설을 재개한다. 대신에 신규 건설 계획을 줄이고 노후 원전의 연장을 하지 않으며 원전 의존을 낮추는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로 정리된 이 권고안 속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모아졌을 것이다. '원전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새로 만드는 것부터 줄여야 한다'는 의견과 '원전만큼 경제력이 있는 에너지가 어디 있느냐'며 반문하는 생각, '앞으로의 방향은 그렇게 하되 이미 투자된 재원과 전력 수급을 고려하여 방향을 정해 가자' 하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이 녹은 결론이라 보인다.
'탈핵'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주장해온 사람과 '원전은 싸고 오히려 안전한 에너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 입장을 정하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의 사람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였을 것이다.
무지갯빛 오만 가지 색은 모두가 모여 '햇빛'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하나의 색에 담긴다. 스펙트럼은 차이가 아니라 구성 요소이다. 공론화 과정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정보와 판단 근거가 제시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대립적인 토론이 아니라 하나로 도출될 수 있는 결론으로 이끌어온 토론으로 주목한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전주역 앞 첫마중길이 도시가 나아갈 훌륭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해 지지하고 또한 주장하는 편이다. 여기에 덧붙여볼 아쉬움은 새로운 도시로 전개하는 과정에 있다. 시장이나 리더의 탁월한 견해와 비전 못지않게 중요한 대목이 있다. 그 공간을 향유하는 공동체의 숙성된 결론이어야 한다. 또한 '감내할 것과 새롭게 기대할 것'에서의 숙고를 통해 만들어지는 합의여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생태교통의 모범으로 꼽히는 쿠리치바의 한 인물이 자주 언급된다. 그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레르네르 시장과 그 주변 사람들의 탁월한 견해를 추진력 있게 밀어붙였다. 비근한 예가 이명박 서울시장이 중앙차로의 버스전용차로(BRT)를 추진한 것에서도 보인다. 만들기 전의 부정적인 여론을 눈에 보이는 성과를 통해 환호로 바꾸게 하는 '일의 추진 방식'이 비슷하다.
레르네르 시장과 이명박 시장이 밀어붙이던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그 사례에서 참조되어야 할 대목은 리더의 선명한 비전과 스스로의 확신을 전개하는 '자기 확신'의 영역이어야 한다. 확신을 관철하는 방식까지 따라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첫마중길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와 프로그램을 진행했음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관여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추진 과정에서는 뒷짐 지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뒷북 격의 비판을 시민 여론에 편승하려는 모습이 언론에서 발견된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다른 견해를 가지면서도 침묵하고 조용했던 비판자들, 의견을 개진할 통로가 부족하다고 여긴 시민까지 모두 해당한다. 중요한 현안에서 공론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공동체의 현실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기린대로 자전거도로 건은 첫마중길과 비교할 수 없이 큰 사안이다. 국지적인 범위에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도시의 축을 이루는 중요한 간선도로이고, 도시의 생각을 바꾸는 중요한 선택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중길에서의 교훈과 원전 공론화 위원회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공론을 만들어 내고 숙성된 도시의 나아갈 길에 관한 합의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기린대로 자전거도로' 논의가 그것에 딱 맞는 성격과 내용을 담고 있다.
'자전거 도시'로 가야 한다는 사람들의 확신은 그것이 공론을 통해 만들어져야 함을 중요한 전제로 두고 있다. 그 길을 통해서만 비로소 성공적인 전주의 미래가 담겨 있다고 여기며 그 출발 과정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새전북신문에 동시에 송고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