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 몸을 붙이시고 움직이지 않거나, 놀라서 우시는 분이 계셨어요"경북 포항시 북구에 있는 '들꽃마을 민들레공동체'는 지체·지적장애 1·2급의 중증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시설이다. 15일 오후,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36명의 장애인들은 진동이 사라진 후에야 시설 선생님들의 인솔에 따라 주차장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민들레공동체에서 근무하는 신창호 사회복지사(31·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애인 분들이 사는 건물 보일러가 터지고 수도관도 파손됐다. 벽이 갈라지고 유리와 TV도 부서졌다"며 혼란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신 복지사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방안에 있는 책장과 수납장 등이 모두 쓰러져있다.
신 복지사는 "(장애인들이) 갑작스러운 지진에 밖에서 떨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재 선생님들은 장애인들과 함께 머물며 주차장에 바람막이를 설치하고, 주전자에 물을 끓이거나 이불을 준비하는 등 여진에 대비하고 있다.
전기 끊기고 타일 깨져... "다리가 떨린다"
포항 북구 양덕동에 거주중인 ㅇ씨(23·남)는 집에 있던 중 규모 5.4 지진의 진동을 느꼈다. 이후 이어진 여진에 놀라 책상 아래로 들어가 있다가, 진동이 잦아든 후에야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지진이 일어난 직후 전기가 끊겼고, 전화가 안 돼서 인터넷 메신저로 부모님과 통화해야만 했다.
그가 SNS상에 올린 사진을 보면 집과 근처 도로의 피해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집안의 타일이 깨져있고, 선반 위에 있던 물건들이 나뒹군다. 화분들은 산산조각이 났다. 바깥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 학원 앞을 찍은 사진을 보면 아수라장처럼 인도가 무너져버린 상태다. 아스팔트 도로도 금이 가 있다.
ㅇ씨는 "친구들은 전부 집에 있는데, 나는 넓은 도로까지 나와서 대피 중이다. 주변 대피소까지 가기엔 멀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아버지 가게에 벽돌이 떨어져서 차가 무너졌다", "아직도 다리가 떨린다"며 지진에서 느낀 공포를 표현했다.
"주민들 공포감 커... 집에 안 들어가고 차에서 대기하기도"포항시 남구 효자동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안해정(여·31)씨는 "지난번 지진에 비해 진동도 크고 시간도 길었다"며 "잠깐 창구가 마비되었다가 지진인 걸 알고 직원과 손님들이 모두 뛰쳐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안씨가 진동이 잦아들고 은행으로 돌아오니 천정에서 시멘트 가루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경주 지진 때 은행 천장에 난 금은 더 벌어졌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감이 커졌다고 한다.
"집은 (진앙지에 가까운) 북구인데, 화장품이랑 장식품만 좀 떨어졌을 뿐 큰 피해는 없었어요. 하지만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웃들은 불안해서 뛰어나갈 준비하고 옷 다 입고 집에 있대요. 심지어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애기 엄마들도 애기 업고 다 나와있고요. 지인들 중에는 무서워서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안씨는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지진 대비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규모 4.3 지진이 왔을 때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도로를 달리는 상황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행동 요령을 우리는 모르지 않냐"며 "지진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온 국민들이 잘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