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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요령을 설명하는 글쓰기 책에서 열에 아홉이 맨 앞자리에서 강조하는 사항이 있다.

"잘 쓰려면 읽기부터 하라."

글쓰기 책들이 왜 '읽기'를 강조할까. 읽기가 쓰기와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알다시피 독서는 필요한 교양과 지식을 얻고 나아가 삶을 위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행위이다. 우리가 평소에 알은체하는 것 중 상당 부분은 책에서 얻은 지식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내가 직접 그 책을 읽었거나 아니면 설령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책을 읽은 누군가의 말과 글을 통해 책에 들어있는 지식을 듣거나 읽었을 것이고, 그래서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하여 알은체할 수 있다. 그만큼 독서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살다 보면 카톡이나 문자를 비롯하여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글쓰기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야 하는 작업이다. 글쓰기에 필요한 지식이나 경험은 가능하면 글쓴이 자신이 직접 얻거나 겪은 것이 좋다. 사실적 묘사는 물론이거니와 생동감 있는 표현을 위해서 글쓴이 자신이 직접 겪은 것만 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쓰기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 모두를 우리가 직접 얻거나 겪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을까.

독서이다. 책에는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는 갖가지 다양한 지식과 기상천외한 경험들이 풍성하게 들어있다. 그러므로 책을 읽음으로써 지식을 쌓고 또 간접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글쓰기에서 읽기를 강조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독서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얻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다.

그리고 글 쓰는 사람에겐 독서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덤이 더 있다. 책 읽는 행위가 곧 문장공부라는 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깊이 공감하며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은 좋은 문장을 만나기 마련인데, 이런 문장을 거듭 읽고 또 되새기면서 문장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이런 표현을 닮아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문장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문장공부가 있을까. 그러니 글을 쓰려면 읽기부터 하라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직업이 '출판저널리스트'여서 그런지 책을 어떻게 읽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혹자는 책을 그냥 읽으면 되지 '어떻게'라는 게 있느냐며 되레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양쪽 모두의 반응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지적이다.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사람이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하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여기서 '읽는다'는 행위가 단지 글자를 읽어나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책을 왜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는 것이 도움 될 것인가 하는 효용성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그냥 읽으면 된다는 사람의 반응 역시 나름대로 이유가 된다. 책에 쓰인 대로 읽고 느끼면 그만이지 느끼는 것에 요령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비결보다는 나의 독서법을 털어놓은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나는 그냥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적을 정해놓고 책을 읽지는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읽은 것인가를 크게 의식하지 않은 터여서 집이나 회사, 또는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을 집어 든다. 독서의 목적과 방법을 너무 의식하면 독서 자체가 너무 경직되고, 책 고르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바둑 격언처럼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해서 꼭 맘에 드는 책을 고르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경우엔 읽을 책을 선택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나는 눈앞에 보이는 책 중에서 일단 호기심을 끄는 책을 집어 든다. 말도 안 된다고 타박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독서를 해보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책을 잘못 골랐다거나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책을 잘못 고른 경우는 다시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호기심을 끄는 책을 골라서 읽어나가면 된다. 혹 책 잘못 고른 덕택에 그 책을 읽는 동안 읽고 싶은 책이나 분야가 생각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원하는 책이나 분야를 선택하여 읽으면 된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생긴 경우엔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책을 찾아서 읽으면 되니까.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이렇게 특정 분야만을 고집하지 않고 호기심과 궁금증을 쫓아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즈음에 자신의 독서좌표가 애초 출발한 지점에 다시 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고, 또 추구하고 싶은 가치관이 반영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책 선택이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회귀한다. 해서 독서 코치라는 게 특별한 게 없는 셈이다. 결국, 나 자신이 스스로 독서 이력서를 채워나가게 되는 것이다.

독서에 특정한 목적이 있다면 시작이 좀 다를 것이다. 필요성에 따라 주제가 이미 정해졌을 터이다. 그렇다면 그 주제에 맞는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

책을 읽을 때는 그냥 눈으로 글자만을 읽지 말고 꼼꼼하게 읽으면서 행간까지 읽어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읽으면서 곧바로 행간까지 읽어내려면 한 권 읽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인내력이 요구된다. 그렇더라도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좋다.

책을 읽을 때 나는 '질문'하면서 읽는다. 특정 주제에 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면서 책을 읽고 생각하다 보면 그 책의 행간에 숨겨진 의미까지 와 닿게 된다.

또 하나,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는다. 다 읽고 나서는 밑줄 친 것만 따로 리뷰하면서 행간의 의미를 찾는다. 궁금증이나 특정 부분을 읽고 난 감상을 그때그때 책에 메모하는 방식도 좋다. 책을 읽다가 특정 부분에서 떠오른 생각은 바로 그때 메모하지 않으면 잊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곧바로 메모하는 것만이 그 생각을 오롯이 건질 수 있다.

독서 방법은 각자의 요령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여기서 미주알고주알 얘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나의 방법을 털어놓은 것이다. 단지 참고만 하시라.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글쓰기#독서#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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