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데 뭣하러 김장을 하겠어. 그냥 사서 먹지."이웃에 홀로 사시는 70대 할머니의 말이다. 요즘은 김장을 담그는 풍경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실 대가족이 아닌 이상 김장을 담그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일까. 우리는 예전에 비해 김장을 덜 담그는 시대에 살고 있다.
김치 냉장고의 등장으로 김장의 풍경이 바뀐 지도 오래다. 1980년대 초중반까지도 김치 냉장고가 보급되지 않은 시골 마을에서는 김장 김치를 커다란 항아리(독)에 담아 땅에 묻고 겨우내 꺼내 먹었다. 때문에 김장도 12월 중순 쯤 날이 추워 질 때 했다.
그러나 김치 냉장고의 등장은 김장의 시기를 11월 초 중순으로 앞당겼다. 김치를 항아리에 보관하고 오래도록 먹기 위해 날이 추워지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장을 하는 집도 줄었다. 그나마 김장을 하더라도 배추 20포기 미만의 소규모 김장을 담그는 집도 많다.
이런 와중에도 충청남도 서해안의 한적한 섬에서는 섬 특유의 김장 형태가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주말, 홍성에 살고 있는 조현옥씨는 고향인 보령시 효자도리 추도에 다녀왔다. 조씨는 추도의 김장 풍경을 한 폭의 사진으로 담아 SNS에 공개했다.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추도항에서 배추를 절이고 있는 추도 주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추도항을 덮어 버릴 듯 항구 끝까지 밀려온 바닷물에 추도 주민이 배추를 손질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고깃배도 보인다.
조씨는 "지금도 섬마을에서는 배추를 바다에 절이고 있다"며 "바닷물로 배추를 절이고 씻고, 집에서 물로 더 헹궈 김치 속을 넣는다"고 말했다.
김장 담그는 집이 점점 줄고 있는 시대, 작은 섬마을의 김장 풍경은 그래서인지 더 정겨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