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1시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전단지 배포 노동자들은 쉴새 없이 오가는 사람들의 손에 전단지를 쥐어줬다. 그들이 나눠준 전단지 중 하나에 써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72일간의 파업... 정확히는 9년MBC 직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언론노조가 돌리는 인쇄물'인가 잠시 착각할 정도였다. 아래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MBC 정상화 투쟁에 A휘트니스(피트니스센터)에서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피트니스센터 광고 전단지라는 걸 알게됐다. 전단지 하단에는 'MBC 직원 혜택'이라는 문구 아래 '4명 동시 가입(3개월)하면, 한 달 추가혜택 제공', '6개월 가입하면 1개월 추가 제공' 등의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돼있다.
지난해에는 최순실씨의 태블릿 PC를 발견하며 '최순실 게이트'를 터트린 JTBC 기자들에게 무료로 음식이나 물품을 제공한다는 업체들이 등장했다. 지난겨울 촛불집회 당시에도 촛불시민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내거나, 이벤트를 진행한 음식점들이 있었다. A피트니스센터 역시 이와 비슷한 사회참여형 광고·이벤트를 하는 셈이다.
이러한 내용의 전단지를 만든 이는 A피트니스 총괄실장을 맡고 있는 최정민씨다. 최씨는 "회원분들 중 120명가량이 MBC 직원이다. 우리가 안부 메시지 등을 보내면 '파업 때문에 힘들다', '파업 끝나면 운동하러 가겠다'라고 했다"면서 "파업이 끝나면 광고를 하더라도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문구를 담은 문자와 전단지를 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MBC 직원 혜택 이벤트를 두고 "(파업으로) 직장에 못 가니까 피트니스센터에 못 나오게 되신 분들이 많았다. 그 사이 회원권 기간이 소진된 분도 있다. 일부나마 보상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최씨는 "B자 속에 빨간색 네모가 있는 MBC 과거 로고를 사용해 전단지를 만들었다가, MBC 노동자분들이 빨간색을 상징하는 자유한국당과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며 "그래서 기존에 만든 8000장의 전단지를 폐기하고 새로 만들었다"라고 뒷이야기도 털어놨다.
광고 이후 MBC 한 부서에서 여성 직원 네 명이 동시에 회원으로 등록하는 등 A피트니스센터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씨는 "파업을 하면 저희 가게 운영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간 고생하셨던 만큼 MBC 직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