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1일 오후 5시 10분] 11일 오후 2시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어조는 강하고 단호했다. 그래야 했을 정도로 강원랜드·우리은행 등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향한 국민의 분노가 높았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과 향후계획을 보고받는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우려했던 바와 같이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었고, 일부 기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었다"라면서 "기관장이나 고위 임원이 연루된 사건이 상당수였고, 채용 절차에서부터 구조적 문제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조사 결과에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큰 만큼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게는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묻고, 부정하게 채용된 직원도 채용 취소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서 드러난 채용비리는 일회성 조사나 처벌로만 끝내지 말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부터 우선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민간 기업까지 확산시켜 우리 사회의 고질화된 채용비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라면서 "공정한 채용문화의 확립을 공정사회로 가는 출발점으로 여겨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청탁·금전수수 등 부정채용자, 원칙적으로 채용 취소"정부는 지난 8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발표를 통해 지난 5년간(2013년~2017년) 총 2234건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청탁이나 부정 지시,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와 관련된 143건의 경우에는 관련자 문책과 징계를 요구하고, 위법한 사항이 발견된 23건에는 수사를 의뢰했다.
이와 함께 자체조자 결과가 미진한 일부 기관들의 경우 지난 5일부터 3주간 관계부처 합동으로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밖에도 824개 '지방공공기관'과 272개 '기타 공직유관단체도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 주관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7일 현재 1096개 기관 중 672개 기관(61.3%)의 조사를 끝냈다. 채용비리와 관련한 공공기관 심층조사, 지방공공기관과 기타공직유관단체 특별점검은 오는 12월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수석보좌관회의가 끝난 뒤 서면브리핑을 통해 "그러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권익위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내년 이후에도 계속 운영하고, 각 기관의 상시감시체제도 강화하는 등 채용비리 감시는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권익위 및 각 부처는 제보·신고사안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및 조사를 거쳐 적극적으로 수사의뢰하는 등 엄정 처리하고, 검·경도 수사 의뢰된 사안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하고, 금번에 드러난 채용비리 사례 중 본인이나 부모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가 청탁이나 금전수수를 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부정채용자를 원칙적으로 채용취소 등 조치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12월 말까지 감사체계 정비, 적발·처벌 강화, 규정미비 보완 등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시간 단축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늦출 수 없다"
또한 문 대통령은 "특히 올해는 정의를 바로 세우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해가 돼야 한다는 것이 촛불정신"이라며 "나라다운 나라는 권력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나라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차원에서 부패청산과 권력기관 정상화를 위한 개혁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해 국회가 개혁을 이끄는 주체가 돼 주고, 우리 경제에 불고 있는 훈풍을 서민과 소상공인·중소기업에 골고루 퍼지고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민생법안들도 조속히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18대 국회부터 논의해 왔던 사안인 만큼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단계적 시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국회가 매듭을 지어 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려는 이른바 문재인케어에 대한 의사들의 염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핵심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진료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는 의사들의 입장에선 건강보험의 수가로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므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의료수가 체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며 "의료수가 체계의 개선을 전제로 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료계가 앞장서서 주장해왔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만큼 의료수가 체계 개선과 함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의료계에서도 지혜를 모아 달라"라며 "정부도 의료수가 체계 개선에 관한 의료계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