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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오후 경찰과 국과수 등이 전날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용인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경찰과 국과수 등이 전날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용인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정부와 용인처럼 타워크레인 참사가 생길 때만 잠깐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뿐 시일이 좀 지나면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지금껏 반복되어 왔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단 한 번의 실수로도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악마와 같은 존재이기에 이제라도 뚜렷한 변화를 보일 때까지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타워크레인 소유주가 건설기계로 등록할 때 담당 공무원이 육안으로 실물을 확인하는 과정만 거쳤어도 노후 장비로 인한 사회적 불신은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몇 개의 서류만으로 이뤄지다 보니 타워크레인 소유주는 마음만 먹으면 외국에서 사용하던 노후 장비를 들여오고도 신품으로 하거나 제조년을 크게 줄여서 등록할 수 있었다. 이는 꼭 외국에서 수입된 타워크레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등록제가 시행될 당시 국내에서 가동 중이던 다수의 타워크레인도 이런 일이 만연했다는 사실을 이 계통의 엔간한 사람은 다 안다.

지금까지 그런 노후 장비가 페인트만 그럴듯하게 칠한 뒤 국내 어느 현장이든 불러만 주면 쉽게 투입될 수 있었다. 그나마 올해처럼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지 않았더라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전수 조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노후 장비로 매일 수십 차례씩 중량물을 운반해야 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확실한 제조 일을 모르기에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실 타워크레인 소유주가 제조일자를 속이고 등록에 성공한 장비라 해도 꼼꼼한 조종사라면 어렵지 않게 그 단서를 알아낼 방법은 있다. 어느 타워크레인이든 조종석엔 생산 회사, 모델명, 최대 인양능력, 생산 연월일이 찍힌 얇은 명패가 붙어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종석 어딘가 변경 없이 (제조사마다 부착 위치가 다름)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한다. 가끔 조종석을 도색하게 되면 명패도 페인트(대체로 이 부분은 남겨둠)가 묻기도 하지만 확인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때 만약 명패가 완전히 뜯겨 사라졌다면 일단 60%는 제조 연도를 속여서 등록한 장비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동안 거쳐 간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굳이 많은 힘을 써가며 그 명패를 훼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때 기자가 조종했던 어떤 노후 장비는 주물로 된 명패를 떼어낼 때의 충격으로 깨진 흔적뿐 아니라 조작된 제조 일자를 임의로 찍은 뒤 그대로 붙여 둔 것을 확인했다.

특수한 도구로 외부에서 강한 압력이 가해져야만 깨질 수 있을 만큼 매우 단단히 붙여진 거였다. 게다가 밖으로 돌출되어 적힌 영문 중에 원래 찍혔던 제조 일자만 그라인더로 살짝 갈아낸 뒤 그 자리에 자기들이 필요한 숫자를 펀치로 찍어 넣었던 것이다. 그 위에 같은 검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적당히 뿌려 위장까지는 성공했으나 그라인더 자국은 어쩌질 못해 흔적을 남겼던 거다. 기자가 굳이 왜 이 명패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했었는가 하면, 자동차로 따지면 차대번호와 유사하고 간혹 타워크레인 구조물의 일부가 다른 것과 섞일 수 있다 치더라도 조종석은 바뀌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서다.

이 외에도 타워크레인 구조물의 조립 상태와 도장 두께, 전체의 모양, 각종 모터 및 컨트롤 박스에 부착된 전기 전자 부품의 이름과 제조 회사와 생산 일자, 그것의 크기와 색상 또는 생긴 모양, 조정 레버 및 기타 여러 버튼의 배열과 작동 방식, 의자의 모양과 보관 상태, 쿠션 유무, 조명등, 기타 내부 인테리어 소재만 대충 흩어 봐도 명패에 찍힌 제조 연대와 시대적으로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일단 등록 조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왜 여태껏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를 상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질 못 했냐고 따지고 든다면 딱히 뭐라 할 말은 없다. 왜냐하면,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조금 피곤하게 군다 싶을 때 가만히 있을 임대 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기에 이런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걸 알고도 묵묵히 참아가며 버틸 뿐이다. 국가의 정책이 올바르지 않으면 국민은 이처럼 개고생하기 마련이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가동되는 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분류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그때까지 타워크레인은 단순히 철골 구조물로 분류되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해 위험기구로 적용을 받았다. 1990년대 이전까진 완성검사라는 것조차도 없었다. 그러다 분당, 일산, 산본, 중동 신도시 붐을 타고 타워크레인 수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면서 공공기관인 (예전) 산업안전관리공단 직원들이 완성검사를 전담하였다.

이때까지는 출장을 나온 검사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었다. 장비의 불합격 판정률도 꽤 높았고, 합격이 되었더라도 조건부가 많았다. 그래서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는 약속한 시일까지 시정 조치한 사진을 찍어 검사원에게 보내곤 했었다. 그러하다 보니 임대 업체는 검사가 있기 전에 모든 준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었다. 세월이 흘러 2007년 건설기계 관리법이 개정되면서부터 타워크레인 완성검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크게 늘게 되었지만, 모두 영리를 우선시하는 민간 검사업체로 이양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자본가는 돈을 버는 방법뿐 아니라 돈을 이용하는 것은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어서인지 이때부터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는 완벽한 검사 준비에 대한 압박감에서 크게 벗어나게 된다. 반면에 완성검사를 나온 일부 검사원은 오히려 임대 업체의 눈치를 보며 형식적인 점검만 하는 수준에서 끝내곤 했다.

그러다 보니 합격률은 검사 업체별로 최저 83%에서 98%가 넘게 되고 검사원에게 지적받았던 사항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그냥 넘어가고 마는 사례가 빈번했다. 민간 검사업체와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는 그렇게라도 법에 규정된 목적은 이뤘을망정 그 결과는 완전히 퇴색되어 최근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그런 장비가 평소 원만한 작동이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노후 장비를 모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혼자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해 가며 꿋꿋하게 버텨내야만 월급을 받는다.

그동안 기자는 검사원 몇명과 대화를 나눠 보기도 했는데 부실 검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확실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검사원이 속한 민간 업체는 타워크레인 검사 수수료를 받아 운영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를 압박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 검사원이 깐깐하게 검사를 하고 귀찮게 굴면 다음 검사 때 임대 업체는 다른 검사업체로 쉽게 바꾸면 되는 거였다.

검사원은 자신이 속한 조직은 물론 임대 업체의 압박까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에 원래 원칙대로 검사할 수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앞으로 이런 부작용을 없애려면 민간 검사업체를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가 맘대로 선택하는 현행 방식보다 중앙에서 무작위 지정으로 바꾸거나 예전처럼 (현)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직접 맞아 검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특히 이 부분은 건설 현장에서 가장 많은 위험에 노출된 체 일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의견에 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워크레인#위변조 등록#완성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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