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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글뽀글 솟아오르는 로크바탄 진흙화산
뽀글뽀글 솟아오르는 로크바탄 진흙화산 ⓒ 최오균

9월 1일 오후 1시, 인천을 출발하여 모스크바를 경유, 다음날 새벽 4시경에 바쿠 하이데르 알리예프 공항에 도착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맨 먼저 찾아간 곳은 고부스탄 지역에 있는 진흙화산이었다.

바쿠는 바다보다 낮은 땅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네덜란드가 바다보다 낮은 땅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제르바이잔 바쿠가 네덜란드보다 더 낮은 땅이라고 한다. 안내자인 아흐멧(Achmet)은 바쿠 시내는 바다보다 무려 48m나 낮은 지대라고 한다.

카스피 해가 범람하지 않는 이유는 물이 자꾸만 증발되어 카스피 해의 수면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바쿠 시내는 더욱 무덥고 뜨거웠다. 진흙화산은 바쿠에서 이란 국경 쪽으로 수 킬로미터 떨어진 로크바탄에 위치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진흙화산으로 가는데 도로변에 펜스를 높게 쳐 놓고 있었다.

"아흐멧, 도로변에 펜스를 왜 쳤지요?"
"아, 저거요. 펜스너머에는 집들이 낡아빠져 있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이지요. 그런데 정부에서 관광객으로 하여금 저 낡은 집들을 볼 수 없게 하기 위하여 펜스를 쳐 놓았지요."
"그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 아니요?"
"사실은 그렇습니다."

 바쿠에서 고부스탄으로 가는 도로에 가난한 빈민들이 사는 낡은 주택을 지역을 가리기 위해 쳐 놓은 펜스
바쿠에서 고부스탄으로 가는 도로에 가난한 빈민들이 사는 낡은 주택을 지역을 가리기 위해 쳐 놓은 펜스 ⓒ 최오균

독재자들은 무언가 치부를 숨기려고 한다. 아제르바이잔은 독재자 아버지 헤이다르 알리예프로부터 사실상 권력을 세습 받은 아들 일함 알리예프가 2003년부터 현재까지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이다. 펜스는 진흙화산 근교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독재자의 마음은 역시 어딜 가나 똑같다. 자신의 약점인 치부를 숨기고 좋은 면만 보여주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바쿠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로크바탄 진흙화산은 아제르바이잔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한 이화산이자 활화산이다. 버스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도로에서 우리는 아주 낡고 오래된 택시를 탔다. 아마 30년도 넘었을 고물택시다. 택시 중에는 대우자동차에서 제작한 에스페로도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먼지를 풀풀 날리며 가다가 시동이 꺼지기도 했다.

"미스터 이거 한국산 에스페로 아닌가요?"
"네, 맞아요. 이 차 성능 아주 좋아요."
"하하, 그래요?"

진흙화산으로 가는 길은 전형적진 황무지로 황량하기만 했다. 언덕에는 가스가 분출하여 불이 솟아나기도 했다. 주변에는 녹슨 가스관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고, 카스피 해에서는 유전 시추 탑이 여러 군데 설치되어 석유를 시추하고 있다.  

진흙화산은 가스가 섞인 진흙이 솟아오르면서 생긴 화산이다. 세계 700개의 진흙화산 중 아제르바이잔에 약 400여 개가 분포하고 있다. 로크바탄 진흙화산은 2001년과 2010년도에 폭발해 불꽃이 50m 이상 솟아올랐다고 한다.

 로크바탄 진흙화산
로크바탄 진흙화산 ⓒ 최오균

화산이라고 해서 규모가 큰 줄로만 알았는데 낮은 언덕처럼 생긴 구릉이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봉긋봉긋 솟아오른 화산들이 회색 진흙을 머금고 뽀글뽀글 끓으며 톡톡 분출하고 있다. 분출된 진흙이 흘러내려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다.

"저 진흙으로 머드 팩을 하면 딱 좋겠네. 하하."
"그러다가 불이라도 붙으면 어쩌려고요."

진흙을 만져보니 뜨거울 줄로 알았는데 차갑다. 불이 붙기 전 가스는 차갑다는 것이 실감난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진흙화산이 있는 곳은 다소 시원한 느낌이 든다.


#아제르바이잔 진흙화산#바쿠#카스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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