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 공항 영접과 식사문제, 수행기자 폭행 등을 근거로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홀대받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홀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5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홀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고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드문제의 경우 현재까지는 우리가 원하던대로 그 결과가 전해지지 않나?"라며 "그것만 해도 얼마나 큰 성과인가? 만약 중국이 (문 대통령을) 홀대했다면 그런 식으로 말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와 관련, 이 관계자는 "방중 전에 브리핑 통해서 시진핑 주석의 사드 관련 발언 횟수나 강도가 줄어들거나 낮아지면 좋은 방향이라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라며 "어제 확대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이유'라고 에둘러 표현하면서 사드를 거론하지 않았고, 단독정상회담에서도 마지막에 간략하게 언급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번 APEC 정상회담에 비해 사드문제는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봉인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드로 인한 양국관계의 불편함이 이런 정도로 마무리"실제 14일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모두가 아는 이유"라는 표현으로 사드배치문제를 에둘러 표현하면서 "중한 관계는 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방문이) 더 나아질 길을 닦아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뒤에 내놓은 언론발표문에서 "시 주석은 사드문제 관련 중국쪽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쪽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도 "시 주석은 거듭 중국의 사드문제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며 한국쪽이 계속 타당하게 이 문제를 처리해주길 희망한다고 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한중정상회담의 가장 큰 쟁점이 사드배치문제였는데 시진핑 주석이 한중관계의 회복을 위해 발언 수위를 낮추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시 주석이 "좌절을 겪으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지금 양국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관리를 잘해 나가자"라고 말한 것도 한중간의 '사드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 의제 전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일부에서만 성과를 내더라도 의미있는 회담이라고 본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사드문제로 인한 양국관계의 불편함이 이런 정도로 마무리된다면 (사드문제가 미친) 많은 영향력이 해소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이) 대중국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드문제가 정리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큰 의미가 있다"라며 "정치적인 문제 차원에서 사드라는 꼬리가 남을지 모르지만 더 큰 성과는 경제교류 분야에서 거두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예정됐던 정상회담 시간보다 1시간을 더 추가해서 회담했다는 것은 내용이 그만큼 풍부해질 가능성이 많고, 중국이 우리를 홀대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렇게) 정상회담을 1시간이나 길게 한 사례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꼭 밥을 먹어야 의미가 있나?"야당에서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역대급 굴욕외교'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식사문제다. 3박 4일간의 중국 방문 기간 중 식사를 할 수 있는 횟수는 모두 10차례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과의 국빈만찬(14일), 중국 차세대 지도자인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는 오찬(16일) 등 중국 지도부와 함께 식사하는 일정이 두 번뿐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이 '혼밥'(혼자 밥먹는 것)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우리가 첫날 아침에 식당에서 식사한 것은 잘 준비된 기획일정이다"라며 "많은 중국인들에게 낮은 자세로 걸어들어가는 문 대통령의 모습이 신뢰회복의 1단계라고 생각했고, (그런 점에서) 잘 준비된 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혼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중국과 밥을 먹으면서 만날 거냐, 별도 차담을 할 거냐는 그쪽과 우리 사정에 맞춰서 결정하는 문제다"라며 "리커창 총리와 밥을 먹지 않는 것을 두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쪽 사정으로 조율이 안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꼭 밥을 먹어야 의미가 있나?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에서 그런 시간을 많이 가졌다"라며 "중국 권력서열 2위, 3위, 4위를 다 만나는데 꼭 밥을 먹으면서 만나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형식과 내용이 다 좋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형식이 검소하더라도 내용이 알차면 그것이 정상회담 성과라고 생각한다"라며 "문 대통령의 실용적 성격이 해외순방이나 정상외교의 일정에도 잘 반영됐다고 이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 기자가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다르게 봐야 하지 않나? 우리는 밥먹는 문화를 소중히 생각하는데 미국의 문화는 다르다"라며 "우리가 소외됐으니 '혼밥'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관계자는 "기자들이 그렇게 평가한다면 받아들이겠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그렇다는 것이고, 정상회담의 성과나 내용은 (식사문제가 아닌) 내실있는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계속된 기자들의 식사문제 질문에 그는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