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검진에서 아내의 골밀도가 평균에서 1.4 표준편차나 낮은 수치로 나왔다. 하위 8%에 포함된다는 말이니까, 가볍게 볼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는 커피를 계속 마셔도 되는지, 연구 자료들을 검색해 봤다.
콜라와 커피는 여성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여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남성의 경우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녹차, 홍차, 소다는 카페인을 함유한 것이라도 골다공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일부 의사들은 커피, 콜라와 골다공증의 상관관계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노벨상 2관왕으로 유명한 라이너스 폴링의 라이너스 폴링 재단에 따르면, 일반적인 커피 한 잔이 약 5밀리그램의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고 한다. 그러나 커피가 뼈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다. 2잔, 4잔, 심지어 9잔의 커피를 마셔도 골다공증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하루 커피 1잔을 마시는 경우에 비해, 4잔을 마시는 경우 뼈 밀도가 2~4% 감소하지만, 이 정도 결손은 골절 위험을 전혀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커피를 도저히 끊지 못하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페인이 문제라면 디카페인 커피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것도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우선 디카페인 커피라고 카페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통상 5~32밀리그램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고 한다. 디카페인 음료를 마실 때는,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문제는 더 있다. 아라비카로 만들면 맛이 없어서,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적으로 로부스타 원두로 만드는데, 로부스타는 신맛이 더 강하다. 그런데 신맛으로 인해 산도(pH)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온다. 따라서 과일, 야채와 같은 알칼리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뼈에 좋다. 마찬가지 이유로 산도를 높이는 음식인 고단백질 식품이나 정제 곡물의 섭취를 자제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골다공증 예방에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근력 운동, 그리고 비타민 D와 함께 칼슘을 섭취하는 것이 최고다. 칼슘이 많이 함유된 음식으로는 우유, 요거트, 아몬드, 케일, 브로콜리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유에 포함된 젖산 역시 칼슘 흡수를 돕는다.
칼슘 일일 섭취 권장량은 1,000밀리그램인데, 칼슘 보충제는 식사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칼슘이 흡수되려면 소장 내 산도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칼슘 보충제는 한 번에 500밀리그램 이하로 섭취하고, 4~6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복용한다.
칼슘은 복합체 형태로 섭취할 때 흡수가 잘 된다.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이나 구연산칼슘(calcium citrate)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복합체라도 인산칼슘, 젖산칼슘, 글루콘산칼슘과 같은 경우는 칼슘 함량이 매우 적다는 점은 유의한다. 탄산칼슘은 40%, 구연산칼슘은 21%가 칼슘이다.
비타민 D 역시 칼슘 흡수에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햇빛을 쬐기가 쉽지 않으므로 보충제를 먹는 것이 좋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 역시 칼슘 흡수에 관여한다. 폐경 이후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트로젠 호르몬 요법은 심혈관계에 각종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어 현재 사용이 자제되는 추세다.
애리조나 대학 연구에 따르면, 커피에 우유 한 큰술만 추가해도 카페인으로 인해 빠져나가는 칼슘은 보충된다고 한다. 이제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라이너스 폴링 재단은 하루에 커피는 석 잔 이하로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나는 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과거에는 몇 년 동안 커피를 끊은 적도 있지만, 네스프레소를 만난 이후로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커피를 마시면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고, 그냥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커피를 계속 마실 생각이다.
하지만 골밀도가 조금 낮게 나온 나의 아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봤지만, 딱 부러지는 해답을 제시한 글은 없었다. 커피를 끊는 것은 삶의 질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디카페인 라떼로 하루 두 잔 이하를 권하려고 한다. 물론 비타민 D를 포함한 칼슘 보충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제 곡물 섭취도 줄이려고 한다. 이 정도가 나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