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붐에 편승해 다단계 방식으로 피해자 1만8천여 명을 모집한 국제 사기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20일, 인천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다단계 방식으로 국내외 피해자 1만8000여 명을 모집한 채굴기 운영 대행 미국 업체 A사 회장, 부회장, 법률 고문 등 모두 36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입건자 중엔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또 이들 중 A사 자금 관리자 등 주요 임직원 7명, 채굴기를 판매한 다단계 모집책 중 최상위 사업자 11명 등 모두 18명을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A사 홍보를 담당한 계열사 대표이사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유명 가수 박정운(55)씨, 유사 가상화폐 전산 담당자 등 총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국외 도피 중인 A사 회장 등 내·외국인 7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여권무효화 및 범죄인 인도요청 조치를 진행했다. 또 국내 도주한 최상위사업자 4명을 지명수배하고, 현재 회장 수행비서 등 4명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도주한 피의자들에 대한 신속한 신병 확보와 범행 가담 사업자 및 회사관계자 등에 대해 계속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수익' 주장하며 국내외 막론하고 조직적 범행 버여 미국법인 A사는 수 개의 계열사를 한국에 설립해 조직적 범행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3개 자금관리회사는 채굴기 대금 약 2700억 원을 관리하면서 A사 회장단 지시에 따라 다단계 모집 수당 약 570억 원, 환전 이더리움 구입 대금 약 300억 원, 채굴기 구입대금 약 75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A사 회장단은 해외에 1000억 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산관리회사 3곳은 실제로 가상화폐가 채굴되는 것처럼 조작한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해, 허위로 조작된 가상화폐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제공했다.
고객관리회사 2곳은 운영위원회를 매개로 다단계 사업자를 관리하고, 피해자들의 환전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면서 허위로 전산에 입력한 것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들이 환전 요구하면 자금관리회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이더리움을 구입, 지급했다.
채굴기 설치운영회사는 A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채굴기를 제작·운영했으나 실제 구입해야할 채굴기의 10% 상당만을 제작·운영했다. 채굴된 이더리움 약 3만 개도 A사 회장단에게 귀속됐다.
홍보담당회사는 A사 자금으로 설립되어 호화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그룹 홍보를 담당했다. 대표이사는 80억 원의 주금을 가장 납입하고 허위 자문료 명목 등으로 약 4억 5000만 원을 횡령했다.
신종 가상화폐 제작·판매회사는 A사 지시에 따라 가치 없는 모조 가상화폐를 제작, 피해자들을 상대로 재차 40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단계 사업자들을 통해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피해자들에게 "A사 채굴기를 구매하면 한 달에 2~3개 정도의 이더리움이 채굴되므로 6개월 내에 원금 회수가 가능하고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구매한 채굴기로 채굴되는 이더리움 양은 매일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속였다. 이들은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2700억 원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범은 미국과 캐나다 국적으로, 미국에 A사를 설립하고 국내에 수 개의 계열사를 만들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54개국 피해자 1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국제적·조직적 사기 범행을 벌였다.
검찰 "새로운 수법의 사기 범행을 적발한 최초 사례"
피해자는 한국 1만4000여 명, 미국 2600여 명, 중국 600여 명, 기타 700여 명으로 나타났다.
채굴기 판매대금을 해외 A사 계좌로 직접 송금받거나, 국내에서 채굴한 가상화폐와 편취자금으로 구매한 가상화폐를 주범 처모씨 등의 해외 가상화폐 계좌로 이전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사용해 자금 추적이 불가능하게 했다.
A사는 지난 6월 하와이, 8월 국내 5성급 호텔, 11월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전 세계인을 상대로 호화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검찰은 '기존의 가상화폐 거래 사기나 불법행위 거래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한 것과는 달리 가상화폐 채굴기를 판매하고 직접 채굴해 주어 더 큰 수익을 보장한다고 주장한 새로운 수법의 사기 범행을 적발한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A사는 가치 없는 모조 코인을 만들어 채굴기 구매자들에게 수익으로 지급한 가상화폐와 교환 판매, 40여 억 원을 추가 편취하여 피해자를 두 번 울렸다.
A사는 미국 및 일본 등 국외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적인 다단계 판매 조직을 구성하고, 위 조직의 최상위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조직하여 회사 영업 지침을 지시하고 전달했다.
사업자들을 채굴기 판매 대수에 따라 1~5 스타로 나누어 직접판매수당, 그룹판매수당, 채굴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을 이용했다.
다단계 수당으로 최대 40억 원 지급하기도
1년 동안 5스타(7명)에게는 최소 3.5억 원에서 최대 40억 원을, 4스타(37명)에게는 최소 1억 원에서 최대 12.8억 원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등 모두 570여 억 원을 다단계 수당으로 지급했다.
이와 별도로 실적 우수자에게 벤츠, 제네시스 등 고급 승용차, 롤렉스, 순금 목걸이 등을 제공했다.
검찰은 국내‧외로 도주한 내‧외국인 11명에 대해 범죄인인도청구, 여권무효화 조치, 인터폴 적색수배 및 지명수배를 내려 신변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범행 가담한 사업자들을 추가 인지하는 등 수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