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위해 내세운 세제 개편 법안이 마침내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은 하원을 통과해 올라온 감세 법안을 찬성 51표, 반대 48표로 가결했다. 공화당 의원 51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민주당과 무소속 48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을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건강보험법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했으나 실패하고 반이민법 행정명령을 강행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입법 승리'를 거두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이번 감세는 많은 기업들의 귀환을 의미한다"라며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이는 곧 미국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감세는 1986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31년 만의 최대 규모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35%에서 21%로 인하하고,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은 39.6%에서 37%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오바마케어의 핵심 내용인 '전 국민 의무 가입' 조항을 폐지하는 것도 포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세제 개혁이 의회를 통과했다"라며 "끔찍한 오바마케어 의무 가입도 폐지했다"라고 치켜세웠다.
감세 규모는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630조 원)으로 추정된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조세 부담이 줄어든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려 장기적으로 3~5%의 경제성장과 개인의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은 역사적 기회 앞에 서 있다"라며 "정부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서 중산층의 주머니로 돌려주는 것이 우리가 시작하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부자 감세' 논란... 최대 승자는 트럼프?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부자 감세'를 위한 눈속임이라는 것이 하원에서 전원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의 주장이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이 낮아지는 것은 맞지만,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은 원내대표는 "이번 감세는 세금 사기나 마찬가지"라며 "미국 중산층과 중산층이 되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빼앗으려는 뻔뻔한 도둑질(theft)"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초당적 싱크탱크 세금정책센터 자료를 인용해 "연소득 2만5000달러 이하 가정은 평균 60달러의 세금을 감면받지만, 연소득 73만3000달러 이상 부자 가구는 평균 5만1000달러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법인세, 상속세, 해외자본 송환세 등을 줄여주면서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정부의 재정적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감세를 추진했다는 조롱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사모펀드 매니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일거리가 늘어나는 회계사와 변호사 등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누구보다도 최대 승자는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