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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9일 춘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다녀왔다. 제막식이 열리는 시간보다 훨씬 이른시간에 장소에 도착했지만 현장은 이미 제막식 준비로 분주했다. 무대 준비, 의자를 나르기, 리허설, 행사장 뒤편에서 부스를 설치하는 사람들로 의암공원이 북적였다.

곧이어 도착한 후배들은 무대 스태프 나서 리허설을 돕느라 바빴다.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힘들 법도 한데 힘든 내색 하나없이 싱글싱글 무대일을 묵묵히 돕는 후배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멋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흥겨운 풍물소리가 들려오고 '곧 제막식을 시작되니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사회자의 안내멘트가 공원에 울려퍼졌다. 첫 순서인 중고등학생 친구들의 플래시몹 공연과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권오덕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장의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경과보고를 듣는 그 순간 길었지만 짧게만 느껴지던 지난 6개월 동안의 활동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권오덕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장이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경과보고를 진행하고있다.
권오덕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장이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경과보고를 진행하고있다. ⓒ 양희원

춘천에 소녀상을 세운다구요?

'춘천 소녀상 건립활동'에 대해 들은 건 대략 5월이었다.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던 나에게 동아리활동을 같이하던 선배가 '춘천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한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대학에 들어와 역사를 배우면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알게되자 더욱 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나는 그 제의를 거절하지 않고 소녀상을 건립하는 일에 함께하기로했다.

7월 4일 '춘천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나는 '춘천평화의소녀상 건립 청년 학생 위원회'의 일원이 되었다. 나는 거리에서, 학교안에서 소녀상 건립을 위한 활동을 하게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학과라면 당연히 도와야지'하면서 서명과 모금을 해주던 학과 동기, '춘천에 꼭 소녀상을 세웠으면 좋겠어요'하며 모금을 해주던 학우분들, '아픈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응원해주시던 시민분들까지. 실천이 이어질수록 날씨는 추워졌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따뜻해져만 갔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나누어준 온기 덕분이었을까.

 2017년 7월 4일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발족식이 춘천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2017년 7월 4일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발족식이 춘천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 박동화

 내가 속한 단체 '강원청춘의지성' 회원들은 한림대학교, 강원대학교에서 소녀상 건립을 위한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내가 속한 단체 '강원청춘의지성' 회원들은 한림대학교, 강원대학교에서 소녀상 건립을 위한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 김진아

* 관련기사 : 춘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 본격 추진 - G1 강원민방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한 실천을 하는 동시에 청년학생위원회에 속한 각 단체들은 꾸준히 모여서 '우리가 실천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를 같이 고민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속한 동아리인 '강원청춘의지성'은 '한일합의폐기를 위한 100일 동행' 캠페인에 참여했다. 위안부문제를 야합했던 한일합의의 부당함을 알렸고 SNS인증샷 릴레이와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다.


 100일동행 캠페인에 참여한 청춘의지성 회원들
100일동행 캠페인에 참여한 청춘의지성 회원들 ⓒ 대안대학 청춘의지성

* 관련기사 : 100일 동행 프로젝트, 마침표 아닌 쉼표인 이유

내가 속한 강원청지 이외에도 청년학생위원회에는 많은 학생단체들이 있었다. '춘천평화나비'는 위안부문제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마라톤행사를 기획 · 추진했다. '강원대학교 총학생회'는 '청년학생위원회'와 협력하여 학교 도서관앞 계단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 캠페인 '기억의 계단'을 마련했다. 또한 춘천시의 청소년들은 자발적 결사체인 '날갯짓'을 결성,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날갯짓 페스타를 개최하고 제막식 당일에는 플래시몹, 공연을 준비하는 등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데 힘써주었다.


 춘천 평화나비 : RUN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마라톤을 시작하고있다.
춘천 평화나비 : RUN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마라톤을 시작하고있다. ⓒ 춘천평화나비

 강원대학교 중앙도서관 계단에 마련된 기억의 계단
강원대학교 중앙도서관 계단에 마련된 기억의 계단 ⓒ 노규연

 날갯짓 페스타에 참가한 청소년
날갯짓 페스타에 참가한 청소년 ⓒ 날갯짓 페이스북

쉽지 않았던 소녀상건립

소녀상을 건립하는 일이 마냥 순탄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당초 소녀상은 춘천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거쳐 춘천신시청사 앞 공원에 설치하기로 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춘천시는 협의과정에서 '소녀상이 과거를 대변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어 공원 내 미래지향적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부지선정을 거부했다. 급히 새로운 부지를 선정해야했고 시간에 쫓겼다.

* 관련기사 : 평화의 소녀상 춘천 신시청사 공원에 건립될까 - 뉴스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출범식으로부터 159일째 되던 12월 9일 소녀상을 덮고있던 흰 천이 벗겨졌다. 여기저기서 기쁨의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졌다. 동시에 사람들은 그 순간을 기억하고 남겨두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찍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끝까지 함께해준 친구들과 춘천시민들의 힘이 있었기에 마침내 춘천에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다.

▲ 소녀상제막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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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흘러간 역사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정말 그럴까? 역사는 과거를 부정하지도 잊지도 않는다. 역사는 과거의 실수와 잘못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과거의 실수와 잘못된 일들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올바름을 환기하는 깨어있는 역사'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아픈 역사였던 일제시기에 자신의 청춘을 꽃피우지도 못한 채 일제에 의해 청춘을 잃어버렸다. 이 상처가 후대의 사람들이 영원히 기억되어 또다시 아픈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평화의 소녀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잊은채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박근혜정권 당시에 체결된 한일합의안은 여전히 남아 피해 할머니들을 괴롭히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소녀상들은 과거를 지우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 청년들과 학생들이 과거를 통해 오늘을 배우고 미래를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잊혀진 역사는 또다시 되풀이 될 것이기에...


 소녀상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소녀상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 박동화

 춘천 의암공원에 설립된 평화의 소녀상
춘천 의암공원에 설립된 평화의 소녀상 ⓒ 박동화



#춘천#평화의소녀상#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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