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 52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6기, 위원장 문재인-부위원장 김상희)가 열린 청와대 충무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민간위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함께해줘서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김상희 부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간위원 중 최연소인 조소담 위원(1990년생)을 소개하자 문 대통령은 "위원회가 전체적으로 젊어졌다"라고 화답했다. 김 부위원장이 조소담 위원 옆에 서 있던 다른 여성 민간위원들을 가리키며 "이쪽은 저출산을 책임지고 있다"라고 말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문 대통령은 "기존의 생각과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라며 "해 오던 대로 하면 저출산, 고령화에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간담회를 시작한 후에도 기존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을 참석자들에게 거듭 주문했다.
"정부 정책이 저출산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다"문 대통령은 "우리 저출산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라는 말로 모두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 금년도 출생자 수가 36만 명 정도 될 거라고 한다"라며 "50만 명대에서 40만 명대로 떨어졌다가 드디어 올해에는 30만 명대로 떨어져 사상 최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은 1.06명 또는 1.07명이 될 거라고 한다"라며 "합계 출산율이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이라고 세계적으로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초저출산 국가가 지속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래서 2005년도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저출산기본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모두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행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대로 가면 올해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2026년이 되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2031년이 되면 대한민국의 총인구가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라며 "이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그래서) 경제가 어렵다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실시된 저출산·고령화대책을 두고는 "실패했다", "충분하지 못했다"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하나하나의 대책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으나 그 대책들의 효과보다는 저출산·고령화가 확산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라며 "정부의 대책이 저출산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다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지금까지 있어 왔던 저출산 대책들의 한계를 성찰하면서 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위원회가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대체로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해 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확인됐다"라며 "이제는 출산장려대책을 넘어서서 여성들의 삶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결혼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는 것이 여성들의 삶이나 일을 억압하지 않도록, 다르게 말하면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과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던 일을 계속 하면서 자신의 삶과 가치도 지켜가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근본적인 저출산 근본대책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 일·생활 균형 ▲ 안정되고 평등한 여성 일자리 ▲ 고용·주거·교육개혁 ▲ 모든 아동과 가족지원을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이 가운데서도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일·생활 균형'을 핵심과제로 삼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좌우하지 않겠다"문 대통령은 "어찌 보면 지금은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라며 "그 골든타임을 살려내는 것이 위원회가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가 위원회를 좌우하려고 하지 않겠다. 위원회가 모아주는 지혜를 정부가 잘 받아서 성실히 집행하겠다"라며 "다만 당부하자면 기존의 저출산 대책의 한계를 과감하게 벗어 달라"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위원회가 논의의 한계를 두지 말고 기왕에 있었던 저출산 대책들을 다시 한 번 살펴 보고, 그 가운데 필요한 일들은 계속해 나가면서 새로운 정책으로까지 확장하는 노력들을 해 달라"라고 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민간위원 16명 가운데 여성위원이 9명한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부위원 7인(정·부위원장 제외)과 민간위원 16인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위원에는 김창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김희상 광주과학기술원 부교수,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부총장이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교수그룹 이외에도 박신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소라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이원재 (재)여시재 기획이사,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현주 (주)옐로우독 이사, 조소담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 등도 민간위원으로 활동한다.
16명의 민간위원 가운데 9명이 여성위원이다. 김상희 부위원장과 정부위원 중 여성위원 3명까지 합치면 위원회의 여성인사는 13명에 이른다. 특히 조소담 위원은 1990년생으로 20대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문 대통령도 "새 정부 들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구성이 전면적으로 달라졌다"라며 "우선은 민간위원들 비율이 크게 높아졌고, 여성위원의 비율이 높아졌고, 전체적으로 아주 많이 젊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저출산 문제의 당사자인 청년과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20대 여성위원을 위촉하는 등 청년과 여성위원의 비율을 높였다"라며 "5기 위원회와 비교했을 때 여성위원 비율이 22%에서 47%로 높아졌고, 평균 연령도 58.8세에서 50.2세로 낮아졌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