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왔던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낙동강 8개 보는 홍수유발시설물이기에 홍수 측면에서 반드시 철거해야 할 구조물"이라며 "그러나 한꺼번에 철거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에 시나리오를 짜서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낙동강경남네트워크가 29일 마산YMCA 강당에서 연 "4대강사업 낙동강 보 수문개방과 재자연화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제목의 지역간담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사업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던 박재현 교수는 특히 "낙동강 창녕함안보로 인해 지하수위 상승이 된다"고 제기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관리수위를 8m에서 5m로 낮추기도 했다.
대한하천학회 회원인 박재현 교수는 여러 차례 낙동강 답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 교수는 4대강사업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 안전성 문제부터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낙동강 달성보, 구미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에서는 완공 이후 보수공사가 엄청나게 많았다"고 했다.
그는 "수자원공사는 보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나, 올해 여름철 창녕함안보 아래 쪽에서 수중촬영해 보니, 수중에서 모래가 제주도 오름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은 전형적인 '파이핑현상'이 원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돈을 들여 보 보수공사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4대강사업조사평가단이 만들어지면 보 구조물 안전성에 대한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설토 문제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에 보면, 원래 낙동강에서는 5.1억㎥를 계획했다가 4.4억㎥로 바뀌었다. 그런데 실제는 3.3억㎥만 준설했다. 1.1억㎥면 사업비로 따져 1조 1000억원 정도다"며 "강에서 그만큼 준설하고 난 뒤 물로 채웠다는 뜻이다. 1.1억㎥가 없어졌다는 말은 계획보다 적게 팠다는 것인지, 아니면 계획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다"고 했다.
녹조도 심각하다. 박 교수는 "4대강사업을 축하라도 하듯, 2012년부터 녹조가 피기 시작했다. 녹조는 강도가 더 강해지고 일수도 늘어나고 범위도 확대됐다"며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특히 먹는 물 문제와 수생태계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부 구간은 4급수로 떨어졌고, 4급수는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는 수질이다"고 했다.
보 철거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낙동강 8개 보를 한꺼번에 철거하면 문제가 생긴다. 순차적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박 교수는 역행침식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4대강사업이 진행되고 난 뒤 본류와 지천 곳곳에서 역행침식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 때 국토부 등 정부는 역행침식이 아니라고 했다"며 "그리고 지금 보 철거를 주장하면, 오히려 그 때 4대강사업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역행침식을 들어 반대할 것 같다"고 했다.
농업 문제와 관련해, 그는 "4대강사업 때 취수구를 조정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취수구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은 순전히 수자원공사와 국토부의 책임이다"고 했다.
박재현 교수는 "양수장 취수구 관리를 해온 것을 보면, 국토부는 보 관리수위에서 하한수위까지 내릴 생각이 1%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나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 해야 한다. 물을 확보해야 하기에 수위를 내리지 못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창녕함안보 수문 개방 이후 합천 '광암들' 비닐하우스 재배지에서 지하수위가 내려가 농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최근 국토부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농민들한테 보상을 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며 "4대강 할 때 농민들한테 보상을 해주지 않았던 국토부가 지금 와서 보상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이라 했다.
보 철거를 해야 하나, 그것도 한꺼번에 해야 하나? 이에 대해 박재현 교수는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서는 보를 철거해야 한다. 강을 복원한다는 것은 이전 금빛 모래의 낙동강을 되찾겠다는 것"이라며 "모래가 쌓인다는 것은 바닥이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복원을 이야기 하면서 보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양립하기 어렵다. 재자연화를 위해서는 보 철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시범적으로 몇 개만 철거하는 방법을 주장하는데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며 "보 철거는 한꺼번에 하면 안되고, 하천 경사를 조절하면서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아 있는 준설토를 본류와 지천에 공급하는 방안이 있다. 준설토 상당수는 고수부지에 쌓아놓았다"며 "수위가 내려가면 지천 모래가 빠지게 되고, 그러면 황강 청덕교처럼 교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준설토를 공급해야 하는 것"이라 했다.
낙동강 복원 방향에 대해, 박재현 교수는 "현재 하천 생태가 어떠한지를 조사해야 한다. 하천측량과 퇴적토조사, 오염토 측정, 고수부지 측량을 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그림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는 완공 후 5년간 하자보수기간으로, 올해가 끝나는 것으로 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이후 보에 대한 보수보강공사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갔는지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보를 지었던 건설사가 하자보수를 해왔지만 내년부터는 국가에서 지불해야 한다. 보수유지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에 대한 평가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영주댐과 관련해, 박 교수는 "이미 댐 목적이 상실되었다. 불필요한 구조물은 그냥 두어서 무엇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임희자 낙동강경남네크워크 집행위원장은 오랫동안 해온 낙동강 답사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2010년 준설이 있기 전에 아이들과 낙동강에서 환경의날에 놀았다. 그 때의 강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동강 물을 원수로 사용한 수돗물도 안심할 수 없다. 본포취수장에서 취수해서 정수과정을 거친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이 기준치 이하이기는 하지만 검출되었다"며 "문제는 그 수돗물을 계속 마실 경우 괜찮은 것이냐"고 했다.
보 수문 개방이나 철거에 대해, 그는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고, 발생된 주민 피해는 신속하게 원인조사와 보상을 해야 하며,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상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수문을 완전 개방 해야 하고, 취수와 양수시설을 빠른 시일 안에 보완해야 하며, 4대강 재자연화는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경희 전 경남진보연합 대표, 정진영 양산김해환경연합 사묵구장, 정은아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 백인식 경남환경연합 사무처장, 한은정 창원시의원, 김유정 낙동강사랑어민연합 사무국장, 배종혁·박종권·공명탁 (전) 마창진환경연합 의장 등이 참석했다.
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 경남지사 관계자들이 방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