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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여야 정당들이 2017년을 보내는 소감을 담은 논평을 내놓았다. 달랐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의 그것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추혜선 수석대변인 명의로 나온 정의당 논평에는 민주주의와 '촛불'이란 단어가 각각 두 차례, 네 차례 나왔다. 반면 한국당의 경우는 장제원 수석대변인, 신보라 원내대변인이 비슷한 분량의 논평을 각각 내놨지만, 이와 같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하나 없는 이야기가 있었다. 올해 5월 8일까지 집권당은 분명히 한국당이었는데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의례적으로라도 언급돼야 할 '반성'이나 '죄송'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문재인 정부 비판에만 몰두했다.

한국당이 2017년에서 패싱한 128일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북한 핵 완성이 임박함에 따라 국가 안보는 사상 유래 없이 엄중하고 참담한 현실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안보위기 속에서도 문재인 정권은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되어 민생을 외면하고 국익을 뒤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임 정권의 잉크만 튀어도 구속시키는 옥사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가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각종 포퓰리즘 정책들이 남발됐다"며 "그 결과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각종 경제 지표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국가 경제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오만과 독선을 바로잡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엄중한 책무가 자유한국당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장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혁신하고 또 혁신하겠다", "'보수'라는 두 단어를 빼고 모두 바꾼다는 자세로 신보수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정도의 자기 반성은 간접적으로나마 피력했지만, 신보라 원내대변인의 경우는 이조차 없었다.

그에 따르면 2017년은 "다사다난이란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한 해"였으며,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로 불안감에 떨어야 했고, 대한민국은 적폐 공화국 또는 갈등 공화국이 되었으며, 그 와중에 "문재인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 캠코더(캠프, 코드, 더민주) 인사, 포퓰리즘 정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자유한국당"이었다.

분명 2017년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일도 일어난 해였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일말의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면서 신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 온 보수의 가치와 전열을 재정비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보수의 가치"가 위협받는데 있어 이른바 '보수 1당'으로서의 반성은 그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의당 "촛불 국민이 요구했던 우리 삶의 변화 이뤄져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조합원과 정의당 윤소하, 추혜선 의원이 지난 9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해 고대영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조합원과 정의당 윤소하, 추혜선 의원이 지난 9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해 고대영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물론 정의당도 올해를 "'다사다난'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격랑의 정유년"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가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한 해 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이어 "헌정 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시켰고, 촛불은 그 과정 모두를 굳건히 지켜냈다"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은 위대한 민주주의의 승리였다"고 규정했다. "낡은 것을 청산하고 정의를 찾기 위해 들었던 촛불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도 했다.

"2017년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해였다. 그릇된 것을 깨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촛불의 힘으로 새 정부가 출범했고, 그토록 염원했던 세월호가 떠올랐다. 부정한 권력에 부역한 재벌이 법의 심판을 받았고, 국정농단의 실체뿐 아니라,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또 다른 적폐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 추 수석대변인이 강조한 것은 "대한민국 전반에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것이었다. 포항 지진 등에서 나타나듯 "국가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픔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뼈아프게 새기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추 수석대변인은 "다가오는 무술년에는 촛불 국민들이 요구했던 '우리 삶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정의당은 변화의 민심을 가장 가까이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을 약속했다.

한국당의 논평들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극과 극'이었다. 한국당은 2017년에서 "국민 스스로가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128일을 싹 지워버렸다.


#정의당#추혜선#한국당#장제원#신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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