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정‧재계 인사들은 전문 주치의를 두고 있다. 자신을 돌봐주는 전문 의사가 있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기도 하고 사회적 성공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인 우리도 주치의를 둘 수 있다. 몇 가지만 유념한다면 말이다.
먼저 주치의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면 어떤 사람의 병을 맡아서 치료하는 의사. 홈닥터라고 나온다. 나의 건강에 대해 조언을 들을 수 있고 나의 의료 기록을 잘 아는 의사라면 누구라도 내 주치의가 될 수 있지만 주치의를 선임하기 전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있다.
주치의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는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여야 하며, 소아의 경우 소아과 전문의여야 한다. 가정이나 직장 가까운 곳에 1차 의료기관(의원)을 개설하고 있어야 하며 입원실을 갖추고 있으면 더더욱 좋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의 검진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어야 하고 심전도, 초음파, 내시경 등 장비나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수술이나 입원 할 때를 대비하여 의과대학병원을 가진 학교 졸업자가 좋다. 평소 본인이 A대학 병원을 자주 간다면 A대 출신 의사를 찾아야 하고 B대학 병원을 주로 이용한다면 B대 출신 의사를 찾으면 된다. 이 정도 조건에 맞는 곳을 찾았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 다음은 친해져야 할 시간만 가지면 된다. 주치의로 정한 의사와도 친해져야 하지만 의사를 만나기 전 단계인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과도 친해져야 한다. 친해지기 가장 좋은 방법은 열심히 인사하는 것이 최고이다. 시간이 적당히 지나 접수에 앉은 직원이 내 이름을 외울 정도가 되면 커피 한 잔도 좋고 고맙다는 인사도 좋다. 이 정도면 진료가 힘들지 않다.
사회 저명인사들이야 주치의와 계약을 하겠지만 우린 그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눈도장은 꼭 필요한 요소이다. 1차 진료는 항상 주치의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고 주치의의 의견을 듣는다. 주치의가 내과 의사이지만 허리가 아프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형외과를 가야 한다면 어느 정형외과를 가는 게 좋은지 자문을 받는다.
이렇게 주치의를 선임하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우선은 나를 진료하는 의사가 내 건강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진을 할 확률이 낮아지며 다른 과(정형외과나 안과 등)로 가야 할 경우 추천을 받아 조금은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불필요한 이중 삼중의 검진이 줄어들어 진료비가 절약되고 어쩌다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할 경우 주치의의 도움을 받아 3차 진료기관으로 빠르게 갈 수 있게 된다.
환자와 주치의 사이의 교감도에 따라서는 전화로 상담을 받거나 왕진을 의뢰할 수도 있게 된다. 참고로 본인은 5년 된 집 근처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주치의로 두고 있다. 주치의는 가정의학과이지만 같은 의원 안에 내과 전문의도 있어 진료의 폭이 넓다. 약 처방을 줄 때도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설명하고 내가 원하는 약으로 처방해 주고 있으며 바쁜 월요일을 제외한 요일은 전화로도 진료를 해 주고 약 처방을 준다. 그러면 나는 퇴근 시 약국에 가서 약만 받으면 된다.
또한. 우리(환자 본인)가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을 때 꼭 두 장씩을 받아 한 장을 보관한다. 따로 보관하기가 힘들다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둔다. 이렇게 처방을 보관하게 되면 주치의가 아닌 다른 지역의 의사에게 진료를 할 경우 본인이 먹는 약이 무슨 약인지 보여주어 중복 처방을 피할 수 있다.
요즘 많은 병‧의원에서는 담당 의사의 이력을 공개하는 곳이 많다. 1차 진료기관인 동네 의원도 마찬가지다. 내 주치의 이름과 출신 학교 전문 분야 정도는 알고 있으면 좋다.
사실. 요즘은 '의사쇼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자들은 의사를 찾아다닌다. 그러다보니 과잉 진료가 생겨나게 되고 필요 이상의 처방도 하게 되는 것이다. 유명한 의사는 몇 년 뒤나 되어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대기자가 많다고 들었다. '10초 진료'도 알고 보면 환자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가벼운 감기도 대학병원을 가고 가벼운 접촉 사고를 당해도 3차 병원을 찾는다. 그러니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기다려야 하고 그 기다림을 줄여 보려고 환자들은 여러 가지 편법을 자행한다.
동네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면 이런 현상이 좀 수그러들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주치의를 통해 많이 걸러지고 정리될 테니. 주치의인 의사들에게도 환자들에게도 손해 될 일은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