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올해에도 건강하십쇼."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5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 15층에서 열린 헌정회 신년 인사회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두 대표와 함께 심재철 국회부의장,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유용태 헌정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 메인 테이블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리도 마련돼 있었지만, 김 원내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빈 자리를 사이에 두고 건너 앉은 추 대표와 유 대표는 간단한 인사만 나눌 뿐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유 대표 옆에 자리해 몇 차례 담소를 나누던 한병도 정무수석은 행사 중간중간 추 대표 옆자리로 먼저 다가가 귀엣말을 나누기도 했다. 한 수석은 이날 별도의 공식 발언을 하지 않았다.
추미애 "6월 개헌투표하자"
이날 행사는 헌정회 소속 원로 정치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당면 현안 발언도 이어졌다. 당장 추 대표는 6월 개헌투표를 외쳤고 유 대표는 북핵 문제를 거론하며 안보를 강조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국민들께 약속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개헌이다. 개헌은 각 당이 공당으로서, 또 지난 대선에서 각 당 대선 후보들이 국민들께 약속했었다"라며 "이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 협치가 필요하다. 그 협치의 길 속에 국민들이 바라는 헌법 내용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을 다 하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추 대표는 이어 "지금 헌법은 1987년에 쓰여져 그 한계를 우리 선배님들도 잘 이해하고 있고, 국민 80%도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면서 "원로 선배님들께서도 비용절감이나 국민들께 약속한 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금년 6월 지방선거 때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여론에 앞장서 주시면 정말 고맙겠다"고 요청했다.
추 대표는 최근 개헌을 둘러싼 여야간 정쟁을 염두에 둔 듯 '협치'의 개념이 악용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협치라는 게 일을 안 되게 하기 위한 구실이나 핑계가 돼선 안 된다"면서 "협치는 약속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국민들께 약속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개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승민 "개헌? 올해 문제는 안보"
반면 추 대표에 이어 축사에 나선 유승민 대표는 "개헌 얘기도 나오고, 경제 걱정도 나오지만 저는 올해 대한민국의 안전이 가장 걱정된다"면서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를 염려했다.
유 대표는 "올해는 미국과 중국, 또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서 핵과 미사일을 완성한 북한을 두고 정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외교·안보·남북관계가 결정적인 해라고 생각한다"며 "이럴수록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마음을 비우고 대한민국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서 야당과 여러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추 대표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고위급 회담에 화답했고, 미국도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지지하고 있다"고 자평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어 유 대표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특히 전쟁을 막으면서 북핵 미사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우리나라가 정말 총력 기울여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이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선배님들께서도 많이 도와주시라"고 거듭 당부했다.
추 대표와 유 대표는 신년회 행사를 마무리한 뒤 각기 다른 출구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