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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이 오는 9일 열릴 예정이다. 남북이 대화 분위기로 접어들자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잇따라 한국을 찾고, 또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조만간 방한할 전망이라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첨예한 대립에 휩싸인 한반도 국면에 어떤 변화가 생겨날 것인가? 조심스럽지만 긴장 완화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회담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돌이켜보면 남북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 됨을 여러 번 연출한 바 있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 현에서 개최된 세계탁구선수대회에 남북은 단일팀으로 출전했다. 이 대회의 여자단체전에서 남북단일팀은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그 순간 선수, 임원, 객석의 재일동포들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하나가 되어 한반도기를 흔들며 아리랑을 목 놓아 불러 감격을 표출했다.

같은 해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도 남북단일팀은 8강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곳에서도 역시 동포들은 경기마다 한반도기를 쥐고 아리랑을 부르며 벅차오르는 감동을 경험했다.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남북이 동시 입장하며 하나 됨을 연출했다. 행진곡풍의 아리랑에 맞춰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남북의 임원과 선수들이 전체 200개국 중 96번째로 모습을 나타냈다.

본부석을 지날 때 사마란치 IOC위원장을 비롯해 단상의 인사들이 모두 일어났고, 거의 동시에 10만 관중 또한 일제히 일어나 하나를 이뤄낸 남북에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이 모습은 고스란히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그 후 국제스포츠 이벤트에서의 남북 동시 입장은 몇 차례 더 이루어진 바 있었는데, 매번 같은 감동을 주곤 했다.

근래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대립 구도 위에 놓여 있다. 남과 북 또한 복잡하고 고난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올림픽은 어느 때고 세계 평화를 지향한다. 올림픽은 갈등을 녹여내고 화합하는 인류 지상의 가치를 구현하는 최고의 축제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또한 평화와 화합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현장은 대립의 현실 위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화합을 보여준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감동이 클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아리랑이 흐르는 가운데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남북이 동시 입장 한다면, 우리와 세계는 큰 감동을 경험하며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될 것이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남북대화 환영과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서울시민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2018 우리가 기대하는 남북의 만남'중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선수단 공동입장'에 한표를 붙이고 있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남북대화 환영과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서울시민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2018 우리가 기대하는 남북의 만남'중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선수단 공동입장'에 한표를 붙이고 있다. ⓒ 최윤석

이번 남북회담에서 북한은 선수단, 응원단과 함께 예술단을 파견하려 할 것으로 예견하기도 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민족적 경사를 축하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또 최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모란봉악단을 보내도록 북쪽에 요청하겠다고도 했다.

북한 예술단이 평창에 와서 축하공연을 한다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의미를 더욱 북돋우며 남북의 화합 모드를 자아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예술단의 평창 공연만으로는 남북 화합의 의미를 완성도 있게 구현하기 어렵다. 그것은 북한의 것을 전달하고 보여주는 일방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화와 화합의 상징성을 띠는 또 다른 무대가 필요하다. 갈라져 있음을 하나로 녹여내는 무대는 남북이 함께 만들고, 그에 합당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감당할 콘텐츠는 역시 아리랑이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관현악, 가요, 민요 등 여러 음악과 예술로 표현하는 무대를 펼쳐보자. 이 무대가 만들 감동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미를 문화적으로 한층 더 승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남북이 따로 등재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아리랑이 그 순간 하나가 되는 의미도 더불어 담길 것이다. 또한 이 공연을 방송과 SNS를 통해 중계한다면 우리의 감동을 세계와 널리 공유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2002년 추석을 맞아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남한의 KBS교향악단과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이 하나의 교향악단을 꾸려 아리랑을 연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때 합동 공연은 남북에 동시 생중계되었다. 아리랑은 언제고 남북이 하나임을 느끼게 해준다.

평창에서 남북공동 아리랑음악회가 열리고, 생방송을 통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사는 '우리'가 같은 감성과 감동으로 하나가 될 수 있길 고대해본다. 이와 함께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가장 의미 있게 기록한 역사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평창동계올림픽#남북회담#아리랑#남북합동아리랑음악회#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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