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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 전상봉

강남 잡으려다 오히려 강남만 더 띄워주는 꼴이 됐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잠잠한 듯 했던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아파트 가격은 최근 급등세를 타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특성 분석, 강남에 대한 수요 분산책 등 복합적인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8.2 부동산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이 제시하는 방향성은 명확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게 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 하는 것.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 중과세 등 채찍을 때리는 동시에 임대사업자 등록 시 세금 감면이라는 당근도 내놨다.

정부의 압박에도 강남 집주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8.2 부동산 대책 시행 전후 서울 반포의 한 재건축 아파트가 시세보다 2억 원 낮게 거래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팔자' 흐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정부 압박에도 움직이지 않는 강남 집주인

국민은행(KB)의 주택시장동향을 보면 서울 강남의 매수우위지수(매도자와 매수자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수, 지수가 낮을수록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지난해 9월 11일 기준 66.1으로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8.2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거래가 가장 얼어붙었던 시기였다.

이때를 기점으로 강남 아파트 구하기는 어려워졌다. 매수우위지수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 1월 1일 기준 82.1까지 올랐다. 아파트를 팔려고 나서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강남 집주인들이 '보유'를 선택해도 나쁠 건 없었다. 지금까지 정부 대책은 거래와 대출에만 초점을 맞췄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특별한 규제는 없었다. 국세청이 일부 다주택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큰 압박은 되지 못했다. 부동산 보유세 개편은 아직 '논의 중'인 상태다.

고만고만한 여러 채보다는 똘똘한 한 채만 보유하는 게 낫다는 경험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채를 팔아야 한다면 안좋은 것을 먼저 팔고 좋은 것을 남기는 것이 일반적일 것"라며 "(강남은) 향후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큰 곳"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는 집주인들이 '보유'로 돌아서면서 강남 일대 아파트 매물이 크게 줄었다고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강남은 재건축 아파트가 대부분 거래가 막힌데다, 거래 가능한 기축 아파트 매물도 많지 않다"며 "간혹 높은 가격에 한 두건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 거래들이 시세를 형성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홀로 상승 서울 강남아파트에, 정부 "강남 4구중 재개발,재건축만 올라"

이러다보니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나 홀로 고공행진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33%를 기록했다. 새해 첫 주 상승률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의 상승률이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강남구(0.78%)로 서울 평균 상승률의 2배가 넘었다. 송파구(0.71%)와 광진구(0.57%), 양천구(0.44%) 등 범강남권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새해 첫 주부터 들려온 강남 아파트 '앙등' 소식에 정부도 추가적인 대책을 고민 중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 8일 "강남 4구만 올랐다, 강남 4구에서도 그냥 주택은 오르지 않고 재개발 재건축만 올랐다"며 "나름대로 풍부한 자금을 가진 분들의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차원에서 대책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항간에 거론되는 분양가상한제는 공급을 위축 시킬 수 있어 면밀히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고, 단순히 부동산 시장 안정화만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부동산 대책의 역효과 원인으로는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먼저 '강남'과 '다주택자' 등 정책 대상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다주택자의 경우 단순히 주택 수로만 구분해 대책을 세우다보니 부작용이 나왔다는 얘기다.

"다주택자 등 정책대상 세분하고, 수요 분산 정책도 병행해야"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의 경우, 투기하는 계층도 있지만, 저가 다주택을 보유한 생계 유지형 계층도 있고, 장기간 보유하거나 단기간 주택 수를 늘리는 등 속성이 다양하다"며 "단순히 주택 호수를 기준으로 정책을 가져가다보니까 주택 수를 줄여야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부작용도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남에 대한 적절한 수요 분산 대책이 없었던 점도 문제를 키운 원인으로 거론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강남처럼 수요가 지속적으로 몰리는 곳에는 그 수요를 다른 곳으로 분산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가져갔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장기전'에 대응할 대책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8.2 부동산 대에서 나온 투기과열지구 지정, 대출규제 강화, 전매제한 등은 단기 투기와 갭투자를 잡기엔 적절했다. 그러나 장기 보유 다주택자들에 대한 압박 수단으론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환석 KEB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강남 같은 지역은 투자자들이 최소 5년 이상을 내다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인 보유 계획을 갖는 사람들에게 정부의 대책은 큰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아파트#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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