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UAE(아랍에미리트연합)와 체결한 비밀군사지원협정과 양해각서를 수정·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적절한 시기가 되면 공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논란이 계속됐던 이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수정·보완 의지와 더 나아가 공개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오전 10시 25분부터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한 기자가 "이전 정부에서 체결한 협정 중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협정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흠결이 있다면 앞으로 수정·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부터 시작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군사협력과 관련된 여러 건의 협정과 양해각서가 체결됐다"라며 "그 가운데 공개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 체결한 군사협정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체결한 협정과 양해각서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라며 "그때 상대국인 UAE에서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비공개 이유였고, 그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 최소 5건, 박근혜 정부 시기 최소 1건 등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총 6건의 비밀군사협정이나 양해각서가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저는 외교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 정부에서 양국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점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공개되지 않은 협정과 양해각서 속에 흠결이 있다면 앞으로 시간을 두고 수정·보완해 나가겠다"라며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답변을 두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UAE에 급파된 가장 큰 이유가 한국과 UAE 간 체결한 비밀군사지원협정과 양해각서에 있었음을 문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공개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체결한 비밀군사지원협정 등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한국과 UAE 간 협의를 통해 '어떻게 수정·보완'했는지를 국민에게 공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과 UAE 간에 체결한 비밀군사지원협정과 양해각서의 수정·보완 문제는 전날 청와대가 발표한 2+2 대화채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문 대통령을 접견한 후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군사지원협정 등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2+2 대화채널을 새로 형성하고 그 안에서 모든 문제들을 다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측은 외교·국방부의 차관급 인사로 2+2 대화채널을 구성한 뒤 UAE와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