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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철 고문치사 31주기(1987년 1월 14일)를 맞아 서울시가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 앞에 설치한 '인권현장' 동판.
박종철 고문치사 31주기(1987년 1월 14일)를 맞아 서울시가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 앞에 설치한 '인권현장' 동판. ⓒ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박종철 고문치사 31주기를 맞아 서울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 앞에 사건 현장을 알리는 동판을 설치했다.

박종철 사건은 1987년 1월 14일 오전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수사단 수사관들에게 연행된 서울대생 박종철씨가 남영동 조사실에서 물고문을 받다가 숨진 사건으로, 최근 개봉된 영화 '1987'에서 주요 소재로 다뤄졌다.

박씨와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1986년 보도지침 사건) 등이 고문을 당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인권센터(용산구 한강대로71길 37) 출입구 근처 바닥에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역삼각형 형태(가로‧세로 35cm)로 동판을 설치했다.

서울시는 국군기무사 서빙고분실(일명 '빙고호텔') 터와 1986년 건대항쟁을 기념하는 건국대 기념상(사회과학관 앞) 앞, 일제강점기 여성인권을 탄압한 대표적인 기생조합인 '한성권번 터', 미니스커트‧장발 단속 등 국가의 통제와 청년들의 자유가 충돌했던 '명동파출소', 부실공사와 안전관리 소홀로 49명의 사상자를 낸 '성수대교' 등 5곳에도 인권현장 바닥동판을 설치했다.

'빙고호텔' 터(용산구 서빙고로 51길 12)는 기무사(구 보안사)가 반정부 성향의 민간인 수사에 활용하기 위해 사용한 분실로, 1979년 11월 24일 '명동 YWCA 강당 위장결혼식 사건' 관련자들과 1980년 김종필 김재규 김상현 등 정치인 다수가 이곳을 거쳐 갔다. 이곳은 1990년 10월 4일 윤석양씨가 '민간인 사찰' 문건을 폭로한 뒤 폐쇄‧철거됐으며, 현재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단일사건 최대 구속 '건대항쟁'과 일제 기생조합 '권번' 등도 재조명

'건대항쟁'은 1986년 10월 28일 수도권지역 대학생 2000여 명이 건국대에서 애학투련(전국반외세반독재애국학생투쟁연합) 출범식을 하자 전두환 정권이 경찰들을 대거 투입해 참가자 1525명을 연행하고 이중 1288명을 구속한 사건이다. 단일 사건으로는 사상 최다 구속자를 기록한 건대항쟁은 1986년 개헌 정국에서 정권 차원에서 학생운동 진영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기획'된 사건으로 의심받고 있다.

'명동파출소'(중구 명동길 32)는 1971년 7월 6일 전국 주요 도시 경찰 긴급단속을 시작으로 1972년 10월 유신 이후에는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이 가능한 경범죄 발효(1973년 3월 10일)로 국가의 통제와 청년들의 자유가 충돌했던 상징적인 장소로, 현재도 남아있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38분 부실공사와 안전관리 소홀로 교각이 갑자기 무너져 내려 32명이 숨진 성수대교 현장(성동구 성수동1가 658-534)에도 동판이 설치됐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권번'은 일제강점기에 생겨난 일종의 기생조합으로, 특히 '한성권번'(중구 청계천로 8)은 요릿집 출입을 관리하고 기생의 놀음차(화대)를 대신 받아주는 일종의 소속사 기능을 하면서 기생들의 입회비, 월회비, 수입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며 기생들을 조직적으로 착취했다고 알려졌다. '한성권번'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프리미어플레이스 빌딩이 들어서 있고, 도시기반시설본부,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등 서울시 부서가 입주해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31주기(1987년 1월 14일)를 맞아 서울시가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 앞에 '인권현장' 동판을 설치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31주기(1987년 1월 14일)를 맞아 서울시가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 앞에 '인권현장' 동판을 설치했다. ⓒ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2015년부터 근현대사 속에서 벌어졌던 인권탄압과 이에 저항했던 역사를 담은 현장에 황동으로 만든 바닥동판을 설치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2015년에는 '세계인권선언의 날'(12월 10일)을 맞아 시청 앞 녹지대에 인권조형물과 남산 옛 안기부 자리에 인권현장 안내 표지판 등을 각각 설치했고, 2016년에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4.18 선언'이 있었던 안암동 현장, 호주제‧동성동본 혼인금지제도 폐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39개소에 바닥동판을 설치했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시민 반응과 전문가 의견을 검토하고 관련 기관과 협의절차를 거쳐 인권현장 바닥동판을 점진적으로 추가 설치해 나가겠다"며 "바닥동판 설치는 물론, 인권현장을 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도보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해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인권현장에 얽힌 사연과, 아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갈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인권 현장을 시민들이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곁들인 도보 탐방코스 7개를 개발하고, 이중 4개 코스를 운영한 결과 두 달 간 시민‧학생 등 1300여 명이 참여해 호응이 높았다고 전했다. 인권현장 바닥동판 설치 및 도보 탐방프로그램 운영에 관한 문의는 서울시 인권담당관실(☎02-2133-6384).


#박종철#서울시#건대항쟁#권번#서빙고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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