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조선일보>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에 대해 체재비를 지원하거나, 비행기나 배를 지원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 등에 위배된다고 보도했다.
체재비 지원은 '대량현금(bulk cash)' 금지 때문에, 북한에 전세기나 유람선을 제공하는 것 역시 2270호에서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2270호의 '명사'만을 본 것으로 2270호의 다른 조항들은 무시한 잘못된 해석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목적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조치로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금지하기 위해 채택됐다. 이에 따라 추가적 도발 금지를 위해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노력"을 전면적으로 환영(welcome)한다. 제49항 전문을 그대로 옮긴다.
49.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reiterate), 상황의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express commitment), 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을 증진하고,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하기 위한 안보리이사국들과 여타 국가들의 노력을 환영한다.(welcome).또한 '비행기/선박 임대 금지'는 제19항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무조건 금지가 아니다. 동항의 b호에서는
"그러한 활동들이 앞서 기술된 결의들의 위반에 기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취해진 조치들에 대한 정보", 즉 위에 적었던 '대화 평화 해결 노력'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선박/항공기 임대 금지'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량현금(bulk cash)' 관련 내용은 2270호에서는 직접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2013년 3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제2094호에서 규정하고 있다. 동 결의 제11항은 모든 '대량현금'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핵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나 안보리 제재조치를 회피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대량현금 지급만을 금지한다. 이같은 '형용사'가 있었기에, 개성공단 등 남북간 경제협력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 2014년 3월 6일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자. 우선 유엔 안보리 결의상 '대량현금'(bulk cash)의 개념에 대해 통일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상 대량현금(bulk cash)에 대한 별도의 정의는 없으나, 은행 거래를 우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법 획득한 현금을 인편 등 수단을 통해 운반하려는 시도에 대응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명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에 따라 '대량현금(bulk cash)'에 해당한다고 하여 제재받은 사례"를 묻는 박 의원의 질의에 통일부는 "현재까지 파악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북한 대표단, 선수단과 응원단 등 수백명의 체제비를 지원하는 것은 은행 거래 우회목적이 전혀 없으며, "북한의 핵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나 안보리 제재조치를 회피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김연철 교수가 페이스북에 썼듯이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이나 이란 관료들이 뉴욕을 방문할 때, 해당 제재를 적용하지 않는다."
현재의 남북대화 국면이 싫을 수는 있다. 그래도 자칭 '일등신문'이라면 '명사'만 읽은 보도를 양산하지는 말자.
대북제재 결의 중 '대량현금 금지' 조항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중 '대량현금(bulk cash) 금지' 조항은 다음과 같이 발전했다. 지난 2017년 6월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이 주최한 '개성공단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발제문 중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북한으로의 금융서비스의 제공 문제는 제1874호 결의에서 처음 등장하였는데(제19조), 그 다음에 나온 제2087호부터는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대량현금(bulk cash)이 UN 대북제재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개탄(deplore)하는 조항이 등장한다(제12조).
한편, 제2094호(2013)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과 같은 UN 대북제재 대상이 되는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대량현금의 공여 또는 금융서비스의 제공 등을 방지할 의무를 진다고 결의하였다(제11조 및 제14조).
그리고 제2321호 결의에서는 대량현금의 제공이 UN대북제재 회피의 수단이 된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반복(reiterate)한다는 정도의 언급(제35조)만 되어 있다." (유욱/김세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개성공단 재개가능성에 대한 법적 검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