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군 단위 마을들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도 적지 않다. 그나마 물 좋고 산이 좋아 사람 살기가 좋다는 마을에서조차도 종종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돼지 돈사와 같은 축사나 마을 어귀에 들어서는 공장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 아닌 투쟁에 나서는 상황이 적잖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충남 홍성군 서부면 거차리 마을의 분위기도 심상치가 않다. 마을에 대규모 돼지 축사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동행 취재를 위해 충남 홍성군 서부면 거차리를 찾았다.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내건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에 들어오는 연면적 1만 8천 제곱미터 규모의 돼지 축사 건립을 반대하며 민원성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폭설이 내려 차량운행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입구까지 눈을 치워 놓고 활동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회관에서 만난 거차리 주민들은 활동가들을 보자마자 "마을에 대규모 돈사가 들어오면 안 된다며 꼭 막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서부면 거차리에는 현재 46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 A씨는 "우리 마을은 반딧불이와 도롱뇽이 살고 있을 정도로 청정한 마을"이라며 "마을에 소를 키우는 농가가 있지만, 생계형 소농인 데다 축사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돼지 돈사와 우사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대규모 돼지 돈사의 경우 냄새가 심해 주변에 큰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주민 B씨는 "요즘 서부면과 우리 마을 주변에는 귀촌인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축산 악취가 심각한 돈사가 들어오면 누가 우리 마을로 이사를 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주민들이 축산 악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김영범 거차리 이장은 "서산 AB지구 일대의 일부 농경지에 액비가 무분별하게 뿌려진 사례가 있다"며 "지금도 축산 분뇨로 바다가 오염되어 난리"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축사에서 나오는 냄새뿐 아니라 축사 관리가 부실할 경우, 축산 분뇨가 하천으로 흘러가 마을 하천을 오염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김 이장은 "이웃 마을에서도 축산분뇨가 하천으로 흘러가 오염시켜 문제가 되었다"며 인근 마을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받은 사례를 전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20일에 마을에 대규모 축사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을주민들은 최근 "마을에 돼지 축사가 건립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축사 건축 허가권을 지닌 홍성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홍성군청은 답변서를 통해 "국토의 계획 원리에 따라 지정된 농림지역/계획관리 지역으로 관계 법령에 따라 저촉 사항이 없을 경우 주변 민원을 이유로 축사의 건축 허가를 제한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홍성군청 관계자는 "지난 12월 28일 축사 건축과 관련된 서류가 접수가 되어 현재 검토 중에 있다"며 "현행법상 검토를 한 후 규정상의 문제가 없다면 건축 허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홍성군청이 "주민 편에 서지 않고 있다"며 오는 16일 홍성군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을 주민 C씨는 "이미 집회 신고를 마친 상태"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마을에 돈사(돼지 축사)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