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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경비초소를 지키는 한 경비원 (이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아파트 경비초소를 지키는 한 경비원 (이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선대식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대해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을 예산으로 확보했다"며 "정부가 만들어놓은 대책을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들의 경영 부담과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 보수액 190만 원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1인당 13만 원이 지급된다.

일자리 안정기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갑작스러운 해고를 방지하는 한편, '지원 기간 동안 노동자 고용 유지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의 안정성을 유지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일자리 안정자금이 190만 원 이상 월급을 받는 것을 억제하거나, 편법으로 사업주가 이익을 챙기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0만 원 '월급 천장' 우려... 최저임금 인상 효과 반감

서울 강남의 A 아파트는 최근 입주자 대표와 경비노동자의 합의 끝에 올해 경비노동자 월급을 약 189만 원으로 정했다. 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턱없이 못 미치는 약 3%에 불과했다. 월급이 190만 원 넘으면 정부로부터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주자들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A아파트의 한 경비원은 11일 "최저임금이 16.4% 올랐지만, 그대로 반영해주는 건 우리 경비 노동자들 역시 불가능하다 여겼다. 원래 시급이 오르면 근무자들을 위해서 관리비를 올리는 게 맞다. 하지만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고 하니, 주민들에게 부담을 안 주는 선에서 협의한 것이다"라고 속사정을 전했다.

이 경우 정부에서 일자리 안정자금 13만 원이 지급되면, 입주자들 부담이 줄어 지난해보다 오히려 1인당 7만 원 정도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A아파트의 경우 13만 원에서 인상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비 노동자들의 후생 복지나 보너스에 쓰겠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계획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안정자금이 월 보수 총액 190만 원 미만으로 책정된 이유는, 190만 원이 주 40시간(월 209시간) 최저임금 노동자가 받는 월급의 120%에 해당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비노동자는 장시간 근무하고, 야간 근무 시간이 많아 금액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현직 아파트 관리소장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일자리안정자금 개선 청원>이라는 글을 통해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의 개선을 요구했다.

이 시민은 "감시적 단속적 근로 형태는 사업주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하여 임금을 조정할 수 있다. 휴게시간 조정을 통해 임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하고,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을 악용해 차액을 남겨 사업주가 이득을 볼 수 있다"며 "주변에서 일자리안정자금을 이용해서 관리비를 절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근로 특성을 고려하여 지원 대상 폭을 190만 원 미만에서 약 210만 원 미만으로 넓게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 노동자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고 싶어서 입주자들이 경비원의 급여를 올려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청원을 올려 역설적인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강조했다. 청원 게시판에는 이밖에도 "동결시키거나 인하하는 곳이 아닌, 실질적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곳에 지원을 해달라", "일자리 안정자금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 급여가 다시 조정됐다"는 경비 노동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센터장은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 자체가 '해고'의 위협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고, 실제로 이를 통해 임금 인상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비원 같은 경우에는 24시간 격일제에 야간근무도 있으므로 주 50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게 보통이다. 기준이 되는 월 보수액 부분에서 여지를 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 초기이므로 집행 상황이나 현장 의견을 살펴보고 어떻게 개선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비 노동자들의 상황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휴게시간 조정 부분을 통해 편법을 쓴 것에 대해선 근로 기준 감독을 통해 계도한 후 지도 점검을 나갈 것"이라며 "일자리 안정자금의 취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비노동자#일자리#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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