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 도시에는 낡고 오래된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1970년대 건물에 낡은 기와집이 아직도 살아 있고 오래된 목재 창문을 가진 집도 그대로 이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구도심에는 예산 성당이 있다. 아산의 공세리 성당과도 닮아 보이는 성당은 1927년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청남도 기념물 164호인 예산 성당 주변에는 작고 아담한 옛집들이 많다.
지난 11일 하얀 설경에 이끌려 예산 성당 주변을 둘러 봤다. 성당 주변의 주택들은 마치 시간 여행이라도 온 듯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예산의 구도심은 개발 논리에 밀려 상당수의 가옥과 건물이 헐리고 있다. 물론 그 자리에는 새로운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구 시가지를 조금만 비켜서도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예산 성당 주변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들이 여러 채가 있다. 집들은 하나 같이 그곳에 살던 이의 추억을 그대로 기록이라도 하듯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하얀 눈에 둘러싸여서일까. 그곳에 살지 않는 이방인의 눈에도 집들은 마치 고향집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들 사이에서도 누군가는 오래된 집을 마치 보물처럼 아끼며 살고 있었다.
마을에 살고 있는 한 할머니가 이방인들을 기꺼이 맞아 주신다.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사신다. 그는 이 마을에서만 60년을 살았다고 했다. 요즘은 조각을 하는 사위가 집을 고치고 있는 중인데,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에서 살짝 손만 보는 수준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무조건 부수고 보는 세태가 못마땅하다고 했다. 할머니의 말씀을 전해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낡고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타협할 줄 모르고 공생조차 포기한 세상이 과연 행복할까.
예산이라는 작은 지방 도시에는 아직도 풍경화처럼 남아 있는 옛집들이 많다. 그 빈집들도 언젠가는 개발 논리에 밀려 허물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되면 그곳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 한 장에 그 모든 사연을 다 담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의 흔적 하나를 겨우 붙들었다는 사실에 일단 만족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