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가서 무얼 마실까 고민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밀크티를 골랐다. 티백에서 진하게 우려낸 홍차에 우유를 섞으니, 홍차도 아닌 우유도 아닌 또 하나의 부드러운 티가 만들어졌다.
밀크티의 핵심은 아무래도 깔끔하고 맑은 맛이 나며, 떫지 않게 잘 우러난 홍차가 아닐까 싶은데 어쩐 일인지 내가 주문한 밀크티는 그저 그런 조금은 심심한 맛이었다.
아마,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아서... 였겠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중 스치듯 인사 나눈 사이가 또 몇. 우리의 관계가 끝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을 거다.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아서.
잘 우려낸 홍차엔 시간이 머물러 있다. 티백에서 더 이상 홍차가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그 또한 관계를 이어갈 힘이 다 했다는 뜻일 거다.
그 적당한 시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가늠이나 될까? 부디 다음의 밀크티는 조금 더 맑고 부드러운 맛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