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이 국가정보원과 조율해 특정 정치인을 성토하는 집회를 벌이기로 하고 사례금까지 오간 정황을 뒷받침하는 국정원 직원의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의 재판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조직인 '방어팀'에서 어버이연합 관리를 담당한 직원 박아무개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추선희(어버이연합 전 사무총장)씨와 연락해 집회 내용을 미리 조율했다"며 "예를 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말을 하면 추씨가 '안 그래도 박원순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 시위하겠다'고 전해줬다"고 진술했다.
방어팀 팀장을 맡았던 이아무개씨는 검찰 진술 때 "보수단체와 국정원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원세훈 원장의 지시로 특정 단체에 후원금을 지급하는데, 지원금 규모 측정 방식은 어느 정도 관례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진술한 보수단체 지원금 규모는 시위의 경우 동원 인원이 10명 안팎이면 100만원, 20∼ 30명이면 200만원, 30명 이상이면 300만원 이상이었다. 또 칼럼을 게재할 경우 30만원,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면 200만∼800만원이 지급됐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이 어버이연합과 사전에 조율하고 성토를 주문한 야권 주요인사에는 송영길 국회의원(전 인천시장)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박남춘 위원장)은 16일 논평을 내고 "천인공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탄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송영길 시장에 대한 어버이연합의 공격은 취임 직후인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부터 임기 말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까지 줄기차게 이어졌다"고 밝혔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국정원과 어버이연합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로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의 화살을 송영길 인천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시위를 기획하고 시행했다. 또 박근혜 정부 때는 2014년 4월의 세월호 참사 때 송영길 전 시장을 비난하는 시위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유정복 시장의 당선을 돕는 카드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어버이연합과 같은 어용단체를 이용해 관제시위를 주도하고 '댓글부대'를 운용한 것만으로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엄중한 단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또 유정복 인천시장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당은 "송영길 전 시장에 대한 조직적인 공격이 드러난 시점에서, 송 시장을 2% 이내인 간발의 표차로 승리한 유정복 시장의 도의적 책임은 명백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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