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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방소방국(USFA) 통계자료에 따르면 주택화재는 미국 전체 화재의 약 30% 정도를 차지한다. 주택화재 대부분이 늦은 밤 시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경우 화재에 취약한 위험군(People at risk)으로 분류돼 있다. 아이들의 신체 및 인지능력이 성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그런 이유로 화재를 포함한 각종 재난에 취약한 아이들에게는 더욱 세심하고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주니어 파이어마샬 (Junior Fire Marshal) 프로그램', 즉 '어린이 소방국장 프로그램'이다.

1947년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70주년을 넘어섰으며,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숫자만 해도 자그마치 1억 1천 명이 넘는다.

 지난 해 6월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Atlanta Braves) 야구장에서 열린 주니어 파이어마샬 프로그램 7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애틀랜타 소방서장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지난 해 6월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Atlanta Braves) 야구장에서 열린 주니어 파이어마샬 프로그램 7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에게 애틀랜타 소방서장이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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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은 각 주별로, 그리고 소방서별로 특색 있게 진행된다. 교육시간도 대상에 따라 유치원 아이들의 경우 1~2시간, 중고등학교 학생의 경우에는 4일 과정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리더, 유명인사, 그리고 소방대원이 함께 참여해 그 의미를 증폭시킨다.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관한 일인 만큼 모두가 참여해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보면 이런 기회도 흔치 않다.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기초적인 화재예방과 안전에 관한 것으로, 옷에 불이 붙었을 때 사용하는 생존기술인 'Stop(멈춰), Drop(엎드려), and Roll(굴러)', 가정 화재대피 계획수립, 그리고 연기 감지기 교육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이런 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안전 책임의식을 갖도록 나이에 맞는 임무와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교육을 수료한 아이들은 명예 소방국장으로 임명돼 가족과 이웃들에게 소방안전을 전파하는 명예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주니어 파이어마샬 프로그램에 참여해 소방국장으로 임명된 어린이들이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주니어 파이어마샬 프로그램에 참여해 소방국장으로 임명된 어린이들이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 The Hart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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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브래스카 주 프리몬트시 (Fremont City) 소방대원들이 주니어 파이어마샬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네브래스카 주 프리몬트시 (Fremont City) 소방대원들이 주니어 파이어마샬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 프리몬트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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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시 (Asheville City)에서 진행하는 주니어 파이어마샬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시 (Asheville City)에서 진행하는 주니어 파이어마샬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 Asheville City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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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이 시행된 이후 어린이들의 사상자 수는 일반인 평균에 비해 30%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다.   

매번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대한민국이 또 한 번 재난 앞에 무릎을 꿇었다"며 분노하다가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일 년에 한두 번 실시하는 소방훈련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마저도 아예 하지 않는 곳도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이 보다 더 안전할 수 있도록 나이에 맞는 역할과 임무를 부여해 책임감 있는 안전문화의 기초부터 다시 견고하게 세워나가길 바란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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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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